책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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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경 in 책빵 2010-09-07
    한달여 일의 제주에서의 체류를 마치고 무사히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로 떠날 때는 그동안 하고 있던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찜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약간 충격을 받기도 했다. 돌아와보니, 별일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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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지기 in 책빵 2010-08-31
    풍경지기의 책이야기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휴먼 앤 북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2004년 어느 날, 체격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1학년 때부터 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체격검사를 하는 날은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자랐구나!’ 하고 감동하는 날이 된다.

    우리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웃음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우스갯 소리가 들린다. 우리 반에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이가 저울에 올라선 것이다.…

  • 겉표지
    달맞이 in 책빵 2010-08-25
    거울을 보기가 겁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그렇다. 빼어난 미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형을 한 것도 아닌 데도, 얼굴은 볼 때마다 다르다. X-RAY선으로 마음속을 투사하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할 때는 얼굴도 쭈그렁 마귀할멈이 되어 있다. 모처럼 옛날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고 들어온 날은, 중학교 적 갈래머리 아이의 눈웃음이 살랑거린다. 뼈마디가 욱신거려 따끈한 아랫목만 자꾸 밟히는 날이면, 얼굴 가득 실뱀이 기어간다. 눈 꼬리도 실룩, 입 꼬리도 실룩, 여간 꼴사납지 않다. 그러니 하나의 얼굴이 수십 개의 얼굴로 변주되는 것쯤이야 다반사다.
  • 김대경 in 책빵 2010-08-25
    하루에 버스가 단 세 번밖에 오지 않는 산간 마을에 은둔(?)하며 지내고 있다.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제주 시내나 어딘가로 가려면 큰맘 먹어야 한다. 게다가 이번 여름은 어찌나 더운지 제주 도민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나는 나름 이 여름을 색다르게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못 보고 못 느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기에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자 칩거 생활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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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지기 in 책빵 2010-08-18
    평소 존경하는 선배교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7년 째 독서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선배교사였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시절에는 함께 책을 읽었다. 내가 읽은 책 중 좋았던 책을 그녀에게 빌려주었다. 얼마 뒤 그녀가 그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학교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다. 나는 국어교사, 그녀는 지구과학교사였다. 흔히 이야기하는 문과적 사고와 이과적 사고가 만나 어우러지는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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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경 in 책빵 2010-08-10
    지금 제주도에 있다. 남편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방학이 되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 제주로 내려왔다. 공항에서 받은 제주도 지도와 뉴스를 보면 누구나 제주에서 가 볼 만한 곳이 정말 많고 여름을 지내기 딱 좋은 곳이라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열흘 남짓 생활하는 동안 우리 가족도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본성(?)은 속이지 못하나 보다. 내가 이곳에서 꼭 빠뜨리지 않고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 도서관이었다.
  • 겉표지
    달맞이 in 책빵 2010-08-10
    미하엘 엔데의『보름달의 전설』은 참으로 철학적인 그림책이다. 진리, 구원, 깨달음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비네테 슈뢰더의 몽환적인 그림 또한 텍스트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그림책은 은자와 도둑.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잘 보여준다. 은자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젊었을 때 죽도록 사랑했던 여인은 결혼식 전날 다른 사내와 줄행랑을 친다. 부유하고 명망이 높았던 예비 장인은 폭풍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거지가 된다. 은자는 사랑, 부, 명망……. 지상의 모든 것들이 허울뿐이며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은자는 진리를 찾기 위해 책 속으로 파고든다. 보일 듯 보일 듯,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진리를 찾아 난해하기 짝이 없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전 저작을 샅샅이 뒤진다. 그러나 아퀴나스는 죽을 무렵에 쓴 마지막 책에 가서야 “내가 쓴 모든 책이 진실로 속이 빈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았다”며 은자의 뒤통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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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지기 in 책빵 2010-08-03
    작년에 처음으로 교육실습생을 지도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가르쳤던 제자였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나는 그의 담임교사였다. 그는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따뜻함, 유쾌함을 간직하는 그를 보면서 그와 만나 함께 배움의 장을 만들어갈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꿈대로 국어교육과로 진학했고 작년 내가 있는 학교로 교육 실습을 왔다. 그가 교육실습을 마치고 떠나던 날, 『행복한 인문학』(임철우 외 지음, 이매진)을 선물했는데 속표지에 위와 같이 적었다.
  • 겉표지
    달맞이 in 책빵 2010-07-27
    얼마 전 발표된『미리 가본 2018년 유엔 미래보고서』를 읽다가, 2018년 대한민국 인기 직업 가운데 ‘다문화 전문가’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다문화 가족이 무려 100만 명, 10년 후엔 4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란다. ‘그래, 그쯤 되면 다문화 전문가가 필요하기도 할 거야.’ 싶으면서도, 한편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우린 뭐든 자신 없는 일엔 그럴듯한 ‘전문가’를 내세우지 않던가? 이번에도 혹여 ‘전문가’ 뒤에 숨어 묻어가고픈 얄팍한 심리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치자. 그들에겐 과연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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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경 in 책빵 2010-07-21

    좀스러운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나이가 내 나이보다 많은가 적은가를 확인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도 어떤 일을 할 때, 이제 내 나이가 어리다고 변명하기에는 글렀음을 깨닫고 나서부터 이런 습관이 생겨난 것 같다. 이제는 내 나이가 적지 않고, 그러니까 나이 몫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자꾸 하나보다. 옛날에는 좋은 글을 읽을 때마다 저자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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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맞이 in 책빵 2010-07-21

    달맞이의 책꽂이 - 파베우 파블락 그림 / 베키 블룸 글 / 김세실 옮김 / 시공주니어

    난 달리기는 젬병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그 흔한 공책 한 권 못 받았다. 울 엄마는 다른 집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팔을 쑥 내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참 많이 부러워했다. 슬며시 다가가 팔에 찍힌 도장을 확인하고는 “오메, 좋겄다!”를 연발했다.

    언젠가 한 번 정말 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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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지기 in 책빵 2010-07-14
    이 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이었다. 남편이 하루는 『한겨레21』을 내밀었다. 특집기사로 노동일기를 연재하는데 기자가 직접 빈곤노동일을 하면서 쓴 노동일기라고 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편이 덧붙였다. 그때 읽었던 기사가 ‘감자탕 노동일기’였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음식점마다 직원 수가 줄고 한 사람이 맡은 일은 늘어나서 하루 종일 쉴 사이 없이 일을 하는 식당 아줌마들은 식당 종이 울릴 때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응을 한다. 하루 12시간을 일한 후 퇴근하면 다시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뻗어버린다...
  • 겉표지
    달맞이 in 책빵 2010-07-14

    달맞이의 책꽂이 -『할아버지와 나』마야 게르버-헤스 글 / 하이케 헤롤드 그림 / 유혜자 옮김 / 한림출판사

    할아버지와 아이(손자)가 마주 서 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할아버지는 아이와 잘 지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뭔지 어색하다. 두 손을 무릎과 무릎 사이에 끼고 있다. 아이 역시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는 폼이,…

  • 김대경 in 책빵 2010-07-07
    요즘 나는 내가 대한민국 국적이 맞는지 좀 걱정스럽다. 물론 얼마전 열심히 월드컵 응원도 했고, 6월 2일 선거에도 성실히 참여했으니 한국 국적이 맞긴 맞다. 근데 최근 만난 엄마들은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대한민국 엄마로서 내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얼마 전 옆집에 사는 초등1학년 엄마가 우리집에 차를 마시러 왔다. 일단 우리집에 아이들 책보다 내 책이 많은 걸 보고 엄마들은 무척 놀란다. 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안 좋은 의미에서 놀라는 것이다. 애한테 기본적인 투자를 안하니까. 다른 집엘 놀러 가면 이제는 내가 놀란다...
  • 달맞이 in 책빵 2010-07-07
    ‘독일의 순교자’, ‘프라하의 도살자’ 상반된 이 별칭은 라인하르트 트리스탄 하이드리히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하이드리히는 히틀러가 가장 신뢰하던 부하였으며, 나치를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쟁기계였다. 유럽에 있는 모든 유태인을 말살시켜 버리겠다며 ‘최후의 소탕작전’을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레지스탕스에게 암살당하자, 나치들은 그에게 ‘독일의 순교자’란 거룩한 이름까지 부여했다. 우표까지 발행하며 그를 추억했다...
  • sros23 in 책빵 2010-06-29
    아주 멀리서도 그니는 눈에 확 띈다. 한 그루 미루나무처럼 호리호리한 몸에 바바리 자락을 날리며 휘청휘청 걸어가는 것을 볼라치면, 슬며시 다가가 팔이라도 잡아주고 싶다. 밥상머리에 앉아 간드러지게 ‘사랑밖에 난 몰라’ 라며 노랫가락이라도 흥얼거리는 날은 좀처럼 그니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몇 겹의 비닐봉지 안에 담긴, 그니가 직접 담근 오이지 맛이라도 보게 되면 영락없이 그니의 덫에 턱 걸리고 만다. 그래서인지 그니 주위엔 광팬들이 참 많다...
  • ihunnyi in 책빵 2010-06-29
    대학을 졸업하던 해, 중등교사임용시험에 보기좋게 떨어졌다. 나는 하루빨리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빠는 집안형편을 생각해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이 시험에 합격하자 직장에 근무하며 야간대학에 다녔다. 그리고 의학공부를 하고 싶어하던 동생은 학비가 들지 않는 간호사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입시를 두 번 실패하고서야 대학에 들어간 나만 여전히 부모님의 짐이 되고 있었는데 중등교사임용시험마저 실패하고 만 것이었다...
  • < 가난뱅이 역습>은 한마디로 '가난뱅이 계급의 서바이벌 기술 실용서'이다. 고로 이 책을 '읽을거리'로 취급하는 당신 혹은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척하는 당신'! 당신에게는 이 기술들이 필요 없다. '바가지나 씌우는 부자 계급'은 가난뱅이의 적임이 분명하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도 집에 '남아도는 물건'을 창고에 쌓아둔다든가,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차를 혼자 타고 다닌다면 말이다. ...
  • sros23 in 책빵 2010-06-23
    얼마 전 어느 대학교 화장실에서 청소일 하는 아주머니와 젊은 대학생이 말싸움하는 장면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떠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뉴스에까지 등장한 이 사건은 결국 그 당사자인 학생이 직접 아주머니를 찾아가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사건이 터지자 여기저기서 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어머니같은 사람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 ...
  • ihunnyi in 책빵 2010-06-23
    하얀 바탕에 진회색의 육중한 건물이 우뚝 서 있는 겉표지를 보는 순간, 스르르 손이 먼저 움직였어. 『섬』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도 좋았고. 정현종이 그랬던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가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켰으니 그에게 섬은 아름다운 공간, 희망적인 공간일 거야. 섬을 통해 사람들 ‘사이’를 유영하고 싶어 하니까.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보면 섬은 매개의 공간이요, 소통의 징검다리이기도 할 테지. 하지만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섬은 단절의 공간,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심연의 공간이기도 해.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섬』이라고 적은 건, 정말이지 절묘한 선택인 것 같아...
  • zziraci in 책빵 2010-06-16
    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다. 평생 전셋집으로 전전하던 우리에게 ‘우리’ 집이 생겼다. 그 동안 이년 혹은 삼년에 한번씩 꼭 이사를 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마냥 신났지만 중학생이 되자 우리가 이사하는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사를 하는 날이면 큰 대야마다 살림살이를 가득 담아서 집 앞에 늘어놓은 모습, 그 모습을 쳐다보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내 자신이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
  • zziraci in 책빵 2010-06-16
    저자 새러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는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에 석좌교수로 있는 영장류학자다. 스스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인도 라자스탄에 사는 랑구르원숭이의 영아살해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내에 번역된 및 작년에 출판된 을 비롯한 여러 책과 글들을 발표했다. ...
  • zziraci in 책빵 2010-06-09
    꽤 매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은 종종 독자의 은근한 기대를 보란 듯이 배신한다. 순진한 독자들의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푸코의 , 유명세를 무색하게 만드는 마조흐의 소설들, 정작 대상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란 무엇인가?’ 같은 원초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 그 책의 리스트 마지막에 이 책(오사와 마사치의 )을 추가해도 결코 결례는 아닐 것이다. ...
  • zziraci in 책빵 2010-06-09
    무척 대단하고 멋있는 결심을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고백하건대 제주도를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책을 읽어야 '책빵'의 글을 쓸 텐데, 거기서 도무지 책 구경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라 가방에 잔뜩 옷을 쑤셔 넣고 나니, 책 들어갈 여지가 없었고, 그래도 미련이 남아 딱 한 권 넣어간 책이 그만 레비 스트로스의 였다. ...
  • zziraci in 책빵 2010-06-02
    예순 여섯의 할머니인 미자가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나무를 잘 보기 위해 나무를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던 이웃 할머니가 미자의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할머니가 뭐하냐고 묻자 미자는 나무를 보고 있으며,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한다. 말을 건 할머니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간다. 정신 나간 사람을 만났다는 표정이다. ...
  • zziraci in 책빵 2010-06-02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쓴 작가. 로알드 달을 일컫는 찬사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뒤에는 현대인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 숨어 있다.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멋진 여우 씨>또한 다르지 않다. 인간과 여우의 한 판 승부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
  • zziraci in 책빵 2010-05-26
    ‘문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은 적이 있었다. 미련퉁이 같은 여자. 사랑도 고행처럼 하는 여자.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여자. 서영은이 그려내고 있는 속 그녀, 문자는 내가 읽었던 여느 소설 속 주인공과는 너무도 달랐다. 너무 어수룩하고 너무 평범해서 어디서건 불현듯 마주칠 것만 같았고, 그럼 단박에 척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zziraci in 책빵 2010-05-26
    2008년 이맘 때, 우리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소리높여 외쳤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대통령은 촛불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다시 5월을 맞아 촛불들이 일어날까봐 두려운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2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6월 2일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선거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며 결의를 모은다. 과연 우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후퇴한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 있을까? ...
  • zziraci in 책빵 2010-05-19
    지금도 간혹 그런 꿈을 꾼다. 시험 보는 꿈. 꿈속에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가 시험을 본다. 꿈에서 자주 치르게 되는 시험 과목은 물론(?) 수학이다. 시험지를 보니, 모르는 문제가 절반 이상이다. 정신없이 풀다 보니, 답안지를 하나씩 밀려 썼다. 시험 종료 종이 쳤는데, 등에서 진땀이 난다. 악몽이다. 휴,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철없이 시험 보는 꿈을 꾸다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험에 대한 강박 관념이 내 무의식 속에 이렇게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남아 있었구나 하는 씁쓸함과 동시에 시험이 주는 중압감이라는 게 얼마나 큰지도 새삼 실감하게 된다. ...
  • zziraci in 책빵 2010-05-19
    박민규의 소설 에는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한탄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백화점 마트 일을 하는 주인공에게 세상이란 인간다움을 가르쳐주는 이 없고 경쟁만을 종용하면서 등수를 매겨 성공 아니면 실패로 사람을 판단하는 곳이다. 진보적이라고 자신의 성향을 밝히는 사람 중에서도 이러한 성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
  • zziraci in 책빵 2010-05-19
    루소의 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루소는 인간 유형을 자연인과 시민으로 나눈다. 자연인이란 ‘자기 자신이 전부인 사람, 그 사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전체’인 사람이다.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에 반해 시민은 사회라는 전체와의 관계에 의해서 가치가 정해지는 상대적 존재이다. 이는 근대 국가에서 학교가 만들어진 배경과도 일치한다. ...
  • zziraci in 책빵 2010-05-12
    스무 살 무렵 내가 살던 동네엔 헌책방이 많았다.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던, 그 동네엔 유난히 책에 목숨 건 이들이 많았다. 동네 끝에 위치한 조그만 복지관에선 매주 독서 토론 모임이 열렸다. 노동자, 시인 지망생, 헌책방 주인, 앳된 직장 여성, 늙수레한 아저씨 등이 오래된 난로가 품어내는 온기에 의지해 머리를 맞대고 조잘거리곤 했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만난 곳도, 박노해를 깊이 읽게 된 것도 그 곳을 통해서였다. ...
  • zziraci in 책빵 2010-05-12
    누군가 거대한 탑에서 돌멩이 하나를 빼낸다. 탑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나는 바라보고 있다. “너무 나대는 것 같아요.” 1학년 남학생반 수업시간이었다. 국어시간에 대안교육 잡지 에 실린 김예슬 선언을 읽어주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 아이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 아이의 표정은 장난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해 보였다. 내가 받은 인상은 그랬다. ...
  • zziraci in 책빵 2010-04-28
    지난 일요일 오후, 신촌에 모임이 있어 다섯 살 난 딸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들이를 다녀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충무로 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탔는데, 우연히 두 자리가 비어 있어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하철 안은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소란스럽게 느껴졌다. 봄나들이 다녀오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이야깃소리 때문이겠거니 하고 앉아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
  • zziraci in 책빵 2010-04-28
    얼마 전, 아버지 꿈을 꾼 적이 있어. 딩동. 벨 소리가 났는데 거실에 앉아 있는 식구들 누구도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어. 딩동, 또 다시 벨 소리가 났어. 마지못해 문 앞으로 다가가 구멍으로 밖을 내다 봤더니, 아버지가 서 있었어. 식구들을 향해 귀신이라도 본 듯 소리쳤지. “아버지가 왔어, 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들은 그 누구도 아버지를 맞으러 달려가지 않았어. 서로 끌어안고 벌벌 떨기만 했어. ...
  • zziraci in 책빵 2010-04-21
    고미 타로는 꽤 유명한 그림책 작가다. 그림은 발랄하고 경쾌하고 단순하며, 글은 깔끔하나 정곡을 찌른다. 해서 고미 타로의 책을 읽다 보면 “어?” 하는 사이에 뒤통수를 한 방 맞는 기분이다. 더 희한한 건 맞고 나서도 실실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는 것. 까불대는 막내처럼 보이나, 속에는 참으로 깊고 따듯하고 날카로운 어른 서너 명쯤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 zziraci in 책빵 2010-04-21
    1997년에 첫 발령을 받은 학교는 실업계 고등학교(지금은 전문계 고등학교라고 부른다.)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이곳에는 구제금융 위기 이후 타격이 무척 컸다. 경제적 타격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2000년에 2학년 여학생반 담임을 맡았다. 한 아이가 자퇴를 하겠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돈을 못 버시는 상황이고 동생들이 많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워지니까 부모님이 맏이인 자신에게 학교 그만두고 일해서 집안을 도우라고 하셨단다. ...
  • zziraci in 책빵 2010-04-14
    아파트라는 공간은 참으로 이기적이고 외로운 공간인 것 같다. 쓰레기를 버리고, 방을 따뜻하게 데우고, 먹고 자고 싸는 것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편리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나만의 이로움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기적인 공간이다. 한편 주변에 누가 사는지 전혀 모르고 지내다보니,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기가 그 어느 곳보다 어렵고 벅차다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외로운 공간이다. ...
  • zziraci in 책빵 2010-04-14
    라니! 아동 도서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제목을 찾기도 아마 쉽지 않을 게다. 이 책은 장애인과 안락사라는 첨예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섣부른 충고나 교훈을 주절주절 늘어놓기보다는,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랑하지만 아들의 최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아빠, 중증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끈을 놓을 수 없는 아들 ...
  • 지난 몇 개월 동안 내 활동의 주요 공간은 W-ing이었다. 재작년, 연구실 학술제 주요 행사였던 ‘현장인문학 워크샵’의 인연으로 그곳에서 강의도 하고 행사 때마다 얼굴도 비치곤 하다가 우연찮게 좀 더 가깝게 사귈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W-ing은 탈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쉼터와 자활훈련작업장, 그리고 그룹 홈과 임대주택을 포함한 주거공간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 ‘친구들’은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고 일하면서 지낸다. ...
  • zziraci in 책빵 2010-04-07
    예전 근무했던 학교에서 3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아이였다. 이 아이는 1학년 때 몸이 무척 아팠다. 아이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부모님과 의사 선생님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자는 줄 알고 나누는 대화는 아이의 생존 가능성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삶이 끝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원을 했다. ...
  • zziraci in 책빵 2010-04-07
    ‘幸福’ 조그만 소리로 읊조려 본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거릴 수가 없다. 그럼 나는 지금 불행한가? 딱히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불행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면, 그럼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걸 때때로 잊고 산다. 시선은 늘 행복을 향하고 있지만, 발은 항상 더디 움직여 그런가? 이번에는 ‘行福’이라고 바꾸어 써 본다. 복을 향해 걸어가기. 복을 향한 적극적인 몸짓. ...
  • zziraci in 책빵 2010-03-31
    장사익의 노래 은 모성의 지극함을 보여준다. 꽃구경 가자는 말에 입이 헤벌어져서 아들 등에 업힌 노모는, 숲속 깊숙한 곳에 들어서자 꽃구경이 그냥 꽃구경이 아님을 직감한다. 노모는 순간 너무 놀라 말을 잃고 눈조차 감아버린다. 하지만 곧 정신을 추스르고 아들을 위해 솔잎을 따서 길에 뿌린다. 헨젤과 그레텔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빵조각을 뿌렸듯이, 노모는 아들의 귀환을 염려하며 솔잎을 뿌린다. ...
  • zziraci in 책빵 2010-03-31
    며칠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낯익은 가수의 노래 가사가 가슴 깊이 여운을 남긴다. 어린 시절에는 내 나이 서른 이후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서른도 까마득한, 마흔 줄에 들어선 나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날 때가 많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있는 연예인을 보고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라는 걸 알았을 때 느끼는 소스라침도 요즘 자주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이다. ...
  • 편집자 in 책빵 2010-03-24
    그때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낙원이라는 게 뭘까? 낙원이든, 유토피아든, 파라다이스든, 에덴동산이든 결국 이 세상에 없는 곳을 지칭하는 거잖아. 아무런 고통이 없이 안락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은 결국 저 세상에나 있다는 것. 그러기에 우린 끊임없이 갈 수 없는 그 곳을 동경하는 것일 테고. 어찌 보면 낙원이란 지금-여기에서 실패한 자들이 꾸는 몽상일지도 몰라. ...
  • 편집자 in 책빵 2010-03-24
    남녀공학인 학교로 옮겼다. 처음 발령받은 학교를 제외하면 남학교에서만 8년 동안 생활했다. 그런 나에게 여학생반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긴장감을 주었다. 첫 시간은 책과 인연을 맺어주기 위한 수업을 준비했다. 먼저 책 제목, 저자, 출판사 이름이 적힌 제비를 만들었다. 같은 제비가 두 개씩 있어서 이를 뽑은 친구는 짝이 된다. 제비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설렜다. ...
  • zziraci in 책빵 2010-03-17
    몇 년 전 아주 좋은 동시 한 편을 만났다. 권영상 시인의라는 동시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하하하!’ 소리 내어 웃었고,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어눌한 강아지가 안쓰러워 눈을 조금 흘겼던 것 같다. 그러고도 몇 번을 더 읽었다. 눈으로 볼 때보다 입으로 종알종알 거릴 때 훨씬 더 감칠맛이 나서, 읽고 또 읽었다. ...
  • 편집자 in 책빵 2010-03-17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는 이 책은 미국의 작은 도시의 유일한 지역 도서관 관장인 한 여성이 자신이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이 도서관 반납함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발견된다. 그리고 저자는 이 고양이를 도서관에서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 마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
  • zziraci in 책빵 2010-03-10
    서현의 <눈물바다>는 표지부터 상큼하다. 앞표지에 있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는 아이 얼굴이 뒷면으로 가면 싹 바뀐다. 활짝 개어있다. 표지만으로도 눈물의 힘을 느끼게 한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다더니, 작가의 재치와 유머도 돋보인다. 상상력도 남달라,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휘어잡는다. 시험 보는 교실 안. 아이들은 제각각이다. ...
  • zziraci in 책빵 2010-03-10
    지난 겨울방학, 풍경 아이들과 서울여행을 떠나 ‘수유너머 남산’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날 고병권 선생님은 풍경 아이들에게 연구소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서 그곳은 더 이상 낡은 건물이 아니었다. 수유너머에 계신 분들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공간이 있다. 지금은 없어진 곳. 예전 근무했던 학교 건물이 몇 년 전에 사라졌다. ...
  • 편집자 in 책빵 2010-03-03
    배고픈 꼬마 참새와 허기진 떠돌이 사내. 바닥에 떨어진 빵 한 조각은 그들에겐 꼭 필요한 먹을거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빵은 떠돌이 사내의 배를 채우기엔 형편없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떠돌이 사내는 빵을 똑같은 크기로 나눕니다. 인간과 조류, 덩치 큰 짐승과 작은 새라는 분별은 그에겐 중요치 않습니다. 내가 먼저 집었으니, 내 것이라는 욕심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습니다. ...
  • zziraci in 책빵 2010-02-24
    처음부터 끝까지 귀로만 듣게 되는 책이 있다. 신명조체의 활자가 한순간에 저자의 목소리로 변해 귀에 박히는 책. 저자와 약간의 일면식이라도 있거나, 그 자신의 문체만큼이나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쓴 책이라면 더 그렇다. 윤구병의 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칼칼한 선생의 목소리가 쟁쟁 울리고, 그때마다 변산 공동체의 명랑, 왁짜, 싱싱한 풍경들이 활짝 피어난다. ...
  • zziraci in 책빵 2010-02-24
    드디어, 결국, 마침내 금서령이 떨어졌다. 앞에 거창한 수식어를 사용한 까닭은 사실 머지않아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감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도 아닌데 웬 금서령이냐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금구매서령(禁購買書令)이라 해야겠다. 이런 상황이 닥친 것은,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이 아들 녀석의 책상 위에 얌전히 놓인 지난 달 카드 사용 내역서를 봐 버렸기 때문이다. ...
  • zziraci in 책빵 2010-02-24
    난 백수다. 가끔은 문필하청업자 노릇도 한다. 둘째 놈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해리포터를 찜쪄 먹을 수 있는 대작을 터뜨려서 인생이 한 방이라는 걸 보여주라고 성화지만, 그건 너무나 먼 세상의 이야기라……. 그냥 산다. 설렁설렁 건들건들. 마흔을 훌쩍 넘겨 깨달은 건, 살아 보니 내 욕심껏 세상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러니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게 제일이라는 거 ...
  • zziraci in 책빵 2010-02-10
    수업시간이다. 아이들의 표정에 지루함이 담긴다. 자신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아이도 눈에 띈다. 뭔가가 필요하다. 오늘은 어떤 책으로 아이들을 깨어나게 할까? 그래, 차윤정 선생의 을 소개하자. “얘들아, 내가 퀴즈를 낼 테니 맞춰봐!” 아이들의 눈이 열린다. 귀를 쫑긋 세운다.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는 하지만 덩치만 컸지 역시 아이들이다. ...
  • zziraci in 책빵 2010-02-10
    는 너무 다른 두 ‘날 것’의 이야기다. 크나큰 배고픔 하나밖에 없는 여우 씨는 숲속 호숫가에 홀로 앉아 있는 엄마 오리를 보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그럴듯한 허울을 붙이기는 하지만, 속이야 뻔하지 않은가! 대책 없는 엄마 오리는 자기만 살겠다고 제 새끼(알)를 남겨둔 채 줄행랑을 치고, 여우 씨는 알과 친구가 된다. ...
  • 편집자 in 책빵 2010-02-03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그동안 평범한(?) 교사로 살아오던 나에게는 좀 색다른 한 해가 될 것 같은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 부과된 것도 그런 색다른 경험 중의 하나가 될 듯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부담감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만들어가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주는 기대감에 은근히 배가 부르다. ...
  • zziraci in 책빵 2010-02-03
    얼마 전 친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 한의대 가볼까?” 이 친구는 공대를 나왔고, 지금 잘 나가는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도 제법 잘 벌고 있다. 이유 없이 배알이 꼴려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왜, 돈 좀 벌어볼라고?” 그러자 친구가 그건 아니라고 얼굴이 새빨개지며 항변한다. 지금 한의사가 포화상태라 한의대 나온다고 무조건 돈 잘 버는 게 아니며, 개업할 수 있는 ...
  • zziraci in 책빵 2010-02-03
    이따금 생각지도 못했던 귀한 선물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찔끔 나는 선물. 얼마 전 받은 귤 한 박스가 꼭 그랬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아 껍질이 무지 두텁고, 까만 점이 곰보처럼 박힌 귤.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욕심에 주인집 밭에 가서 하루 종일 귤을 땄더니 허리가 꽤 아프더라고, 이제 나도 다 된 것 같다고 소녀처럼 깔깔 웃으시던 선생님이 생각나서 ...
  • 편집자 in 책빵 2010-01-20
    고등학교 2학년 네 개 반의 문학 수업을 맡고 있다. 수업하기가 유독 힘든 반이 있다. 이 반 수업시간이면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 어떤 활동을 해도 반응이 없었다. 교실이라는 광장에 몸을 내맡긴 것 같지만 개인마다 자기만의 방 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느낌이었다. 더 이상 표정의 변화도 없이 밀납된 채로 ...
  • 편집자 in 책빵 2010-01-20
    일처리가 더뎌져 약속시간에 늦을 듯하다. 서둘러 지하철을 탔다. 갈아탈 부평역까지는 얼마를 더 가야 한다. 책을 폈다.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 요모조모 생각하며 그제부터 들고 있다. 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내 줄을 치고, 메모도 했다. 그래, 서산대사는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의 후원을 받은 보우가 등장하여 실시했던 승과(僧科)에서 수석 합격했었지. ...
  • 헌정문집 는 ‘작가선언 6·9’의 두 번째 책이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을 접한 후 우리는 한동안 충격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 충격의 정체와 기원이 정확히 무엇이었는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총체적으로 상실된 시대를 살아야 하는 황량함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