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Releases

  • 지난 9일 서울에서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운행 도중 폭발해 17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버스에서 ‘펑’하는 소리가 크게 나고 연기 속에 발목을 심하게 다친 아주머니가 한 명 보였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디자이너 앙드레김 아저씨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 쉼터에서 당직을 하고 있던 와중, 수유너머 위클리에 ‘우울증’에 관한 특집을 하니 글을 써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 없다는 핑계를 대다가 끈질긴 청탁에 어찌저찌 오케이를 하고서는 거실로 나갔다. 마침 TV에서는 어린 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한 연예인의 우울증과 그녀의 성형수술 고백에 관한 스토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한참을 보다가, “저 친구도 참 힘들었을 것 같애. 인기 많고 돈을 벌었으면 뭐해. 자기를 사랑할 수 없었나봐.” 한마디 했다.
  • 라디오헤드Radiohead _ 자신들의 정규앨범 를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게 하고, 다운로더가 직접 가격책정 지불하는 '실험'을 하여 화제가 되었던 라디오헤드
    추석 지나고 9월말쯤이면 우리 출판사에서 책이 한 권 나온다. 출판사가 이제 더 이상 책을 안 내기로 했다면 모를까, 맨날 내는 게 책인데, 뭐 새삼스럽다고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그건 내용도, 가격도, 프로모션도, 유통 방식도 기존과는 좀 색다른 방식의 책이기 때문이다.
  • 입추, 처서가 지나고 백로가 오고 있습니다. 더위가 식고 일교차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가을기운이 인간의 몸에도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 뇌 속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줄어들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영혼의 감기’라고 하나 봅니다. 누구나 걸리지만,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급성 질환으로 발전하여 인간관계의 파탄이나 자살로 치닫는 사람도 있고, 만성화되어 정동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작, 이펙사 등 항우제가 감기약처럼 팔리고 있지만 이미 우리사회의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우울증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는 못합니다...
  • 우울증 진료 인원과 진료비 추이(2005-2009)
    ‘모든 나쁜 것은 신자유주의 탓’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더 나아가 모든 병이 사회적인 것이고 시대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이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에서 생겨난 것인지, 혈통이나 유전의 문제인지, 자연환경의 문제인지, 사회문화적 특성 탓인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탓인지, 그 유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 371_밀양
    구원을 둘러싼 종교와 윤리의 모순을 그린 영화 , 세련된 화면 속에 도시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 핸드폰 분실을 계기로 촉발되는 두 남자의 극한 대립을 그린 스릴러 . 주제는 물론 줄거리, 장르, 화면 질감, 작품성 등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세 영화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한 가지 공통점은 가면형 우울증, 일명 ‘스마일 마스크 신드롬’을 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출처: 한겨레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31
    지난해 쌍용차 파업사태에 있었던 일이다. 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낮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의 아내가 자살했다. 4살과 생후 8개월 된 아들이 둘 있다고 한다. 비극적이지 않은 죽음이 없겠으나, 핏덩이 남겨두고 간 엄마의 죽음처럼 서글픈 게 또 있을까. 죽는 순간조차 미련의 긴 그림자가 쇠고랑처럼 발목을 잡아대니 얼마나 육신이 무거웠을까. 얼마나 고개 아프도록 뒤를 돌아봤을까. 죽어서도 나비가 되지 못하는 무거운 몸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약하고 여린 새끼를 두고 떠난 에미일 것이다.
  • 이주노조는 7월 13일부터 명동 향린교회에서 G20을 빌미로 한 단속 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왔다. 우리의 주된 슬로건은 이주노동자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이런 그릇된 편견이 한층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우리 사회의 부담스러운 짐짝처럼 취급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둥, 생산성에 비해 이들의 임금이 너무 높다는 둥 하며 이주노동자들의 그 알량한 임금마저 삭감하게 했다.
  • 재작년 여름 일본 홋카이도의 도야코에서 G8회담이 열렸습니다. ‘G8에 맞서는 포럼(Counter G8 Forum)’에 참가하기 위해 당시 도쿄를 방문했는데요. 그 포럼은 여러 나라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운동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G8’으로 상징되는 전지구적 통치체제에 반대를 표명했습니다만, 지구화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대안적 운동, 대안적 삶의 지구화를 모색하는 장이었지요.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연구자들이 서로 지혜를 모으는 지적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G8 정상회담 반대의 형식을 취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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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22개 주가 선거를 앞두고, 애리조나 주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 및 처벌 강화 법안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 이민법이 인종차별적 요소 등에 의해 핵심 조항들이 발효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애리조나 사막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시신이 150구 넘게 발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단지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며, 마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추방해버리면 경제 위기 및 실업은 물론 범죄 문제도 해결될 것처럼 떠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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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태숙 in 수유칼럼 2010-08-25
    여름이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으니 좀체 기운이 오르지 않는다. 한창 땡볕에도 불타오르는 정념에 더위도 모르고 정신을 불사르고 다녔건만 고갱이가 사라진 지금 무너져 내리는 허무감을 달랠 길 없어 애꿎은 더위 탓이 점점 심해진다. 보건복지부를 향해 지역아동센터가 겨누었던 칼날이 이제 내려진 탓이다. 사실은 겁탈이라도 당하기 직전의 음전한 처녀마냥 제 목에 제대로 거누었던 칼날을 겨우 끌어 내려지고 이제 막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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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주노동자의 방송 사무실이 9월 4일 이주노동자 영화제를 앞두고 아주 정신없이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5번째로 하게 된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그림자에서 인간으로”입니다. 그림자 란? 그림자는 밝을 때 안 보입니다. 그림자는 어두울 때만 보입니다. 어두움 속에 두려워할 때 그림자는 옆에서 함께 있어주면서 위로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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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24
    ‘G20을 빌미로 한 단속추방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미셸 파울로(39) 이주노조 위원장. 그는 단식 12일째에 토혈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 중환자실에서 응급조치를 마치고 다음날 일반병동으로 옮겨야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다. 서류상 여자로 표기된 그에게 병원 측은 여자병동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현재 남성호르몬을 투여 중인 그는 남자병동을 원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타협하지 못하고 중성지대인 중환자실에 이틀 더 머물렀다...
  • 여러분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1급 장애인, 2급 장애인, … 사실 저희 아버지도 2급 뇌병변 장애인입니다. 등급 판정 받을 때 어떻게든 한 등급이라도 높았으면 하고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삶을 살게 되느냐가 이 등급 판정에 달려있으니까요. 이번주 의 표제에 들어간 ‘생사의 저울’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일상을 가능케 하는 온갖 서비스들이 국민연금공단이 지정한 전문가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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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0-08-17
    나는 맑스주의자라서 프롤레타리아트가 계급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만큼, 부르주아지들의 계급적이고 편파적인 사고나 행동에도 사실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부르주아지가 계급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야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이렇게 그들의 당파성과 계급성을 인정해주고 시작해도, 도대체 이놈의 정권은 웃음 없이는 신문을 읽을 수가 없게 한다. 아무리 계급적이고 당파적이라고 해도, 그런 계급적 기준에 따라 자기들이 만들고 지키라고 요구하는 법이나 규칙 정도는 자기들도 따르거나, 정 안되겠으면 따르는 시늉이라도 하게 마련이다.
  • 장애등급심사에 떨고 있는 장애인들! 2010년 7월부터 장애인연금이 시행된다. 비록 대상은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급여액은 실질적인 소득보장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것조차 접근이 쉽지 않다. 기존 중증장애수당 대상자가 아닌 신규 해당자들은 장애등급심사를 받아 1급 또는 2급으로 재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급 장애인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본인이 신규 해당자라 하더라도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칫 등급이 하락하는 날에는 활동보조가 중단될 테니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jk01
    언젠가 TV에서 ‘네 잎 클로버’만을 따로 재배·가공하여 액세서리로 만들어 국내시장만이 아니라 수출까지 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농장을 소개하는 것을 보며 빙그레 웃음 머금었었다. 우리가 행운의 심벌로 여기는 ‘네 잎 클로버’야말로 사실은 장애를 지닌 이른바 ‘비정상적’ 클로버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행운의 심벌로 여기고서 온 들판을 헤매며 찾기도 하고, 앞의 경우에서 보듯 임의로 재배하고 상품화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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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17
    생의 윤곽이 흐릿하다.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후 집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에 4학년 봄소풍, 중학교 입학식,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연대별 서사로 생애를 구성할 수 없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을 닮은 내일을 살았다. 스물다섯까지 그랬다. 시간의 강물은 설움으로 엉켰다. 방, 마당, 병원 등 공간과 결합된 몸의 기억들, 분리된 사건과 이미지만 아릿하게 떠오를 뿐이다. 파란색 장애인수첩을 처음 받던 날, 오른쪽 아래께 날짜가 반쯤 지워진 내 인생의 한 컷으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 ddd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8-11
    본래 운동을 하는 건 좋아해도, 구경하는 건 즐기지 않는다. 야구도 그렇다. 가끔 가까운 문학경기장에 맥주와 통닭을 들고 들어가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치고 달리는 모습을 감상하곤 하지만, 정말 그건 가끔일 뿐이다. 아무려면 중고등학교 때 옆 반 아이들과 짜장면 내기하던 그 재미만 하겠는가. 그러다가 요즘 야구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S. J. 굴드의 ‘풀하우스’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고, 하나는 아는 분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가셨기 때문이다.
  • 3.사쿠라이
    두 달전 R3에 실린 연극인 사쿠라이 다이조씨의 인터뷰 원고를 봤다. 평소 각성만을 가져다주는 연극 말고 다른 방식의 연극에 목말라 하던 중 사쿠라이씨의 인터뷰기사 중 '자의식의 혼재상태에서 창출해내는 공공성, 계몽이 아닌 결핍으로부터 현실 사회 속에 함몰을 내는 연극, 사람들에게 가시화 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가시화하기' 등등의 말은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가 만드는 연극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연극이 '어떤' 무대 위로 올라가는 걸까. 계획은 '무작정'으로 마음만은 '작정'하고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이번호는 ‘텐트연극, 현실을 허구화하다’이다. 그 주인공은 사쿠라이 다이조(桜井大造)다. 그는 일본과 타이완, 중국, 한국 등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연극인이다. 그는 1973년부터 1980년까지 극단 ‘곡마관’(曲馬館)으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텐트연극을 했다. 해산 후에는 ‘바람의 여단(風の旅團)’을 창단해 10년간 전국 공연을 다녔고, 1994년 다시 ‘야전의 달(野戰の月)’을 꾸렸다. 1999년에 대만에서 「EXODUS出核害記」를 공연하면서 이후 일본과 타이완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극단 이름을 ‘야전의 달=해필자(野戰の月=海筆子)’로…

  • 공연에 앞선 배우들이 분장하는 모습
    중국은 거짓말처럼 더웠다. 아니다. 거짓말 같지 않고 '리얼'하게 더웠다. 텐트가 세워지고 있는 피춘(皮村)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숨 막힐 듯 뜨거운 공기가 살에 닿았다. 서울과 비교해 온도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습도 때문인지 정말로 뜨거운 공기가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 홍진 in 동시대반시대 2010-08-08
    공연 첫날은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한 무료입장. 시끌벅적한 통화와 난무하는 담배연기 사이에서 장년의 오빠가 눈을 반짝이며 공연을 보고 있다. 옆에서 애를 안은 언니가 자꾸 가자고 칭얼댄다. 아쉬운 듯 몇 번을 돌아보며 결국 부인과 함께 터덜터덜 돌아가는 아저씨. 공연장 한쪽에서는 학급 반장 같은 언니가 일어나 떠드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지적한다.
  • 쑨거 in 동시대반시대 2010-08-08
    몇 해 전의 일이다. 타이페이에 들렀을 때 친구의 안내로 「차사극단差事劇團」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일본어를 알아듣는다고 친구가 소개하자 극단의 책임자는 “당신은 사쿠라이 다이조씨를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어왔다. 아무래도 그에게 사쿠라이 다이조는 일본 이해의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인 모양이었다.나는 그때 사쿠라이와 텐트 연극의 존재를 처음으로 들었다. 내가 “모른다”라고 답하자 그 타이완의 예술가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 장면은 지금도 내 뇌리에 남아 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사쿠라이 그리고 그와 고락을 함께 하는 「야전지월해필자」, 「타이완해필자」라는 극단의 멤버와 만나게 되었다...
  • 박경석 in 수유칼럼 2010-08-03
    시설에서 수십 년 살아왔던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이 큰맘 먹고 시설에서 탈출하려 한다.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야했던 시설이 아니라, 험난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자유로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푼 희망을 안고 탈출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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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동성폭행 문제로 온 사회가 들썩 거린다. 비분강개 속에는 애들에게 성폭행을 하다니, 어쩌다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냐고 개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아동성폭행이 최근에 생겨난 일이거나 갑자기 늘어난 현상은 결코 아니다. 80년대 중반에 가톨릭계 여고에 다녔던 나는 30살 정도의 수녀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씀을 똑똑히 기억한다. 수녀님은 요즘 여학생들이 성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음란한 말들을 입에 담는다고 개탄하면서 “세상에 국민학생 여자아이가, 공원에서 오빠들이 빤스를 벗기고 음부를 만졌다”는 ‘말을 하더라’며 “우리 학생들 중에는 그런 (발랑 까진)아이들이 없기 바란다”는 당부를 했다.
  • 이번호 동시대반시대 주제는 화학적 거세입니다. 원래 명칭(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을 두고도 다들 ‘화학적 거세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거세’라는 단어가 주는 복합적인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성폭력에 응당한 ‘성적 보복’이라는 느낌도 있고, 그런 정신이상자는 ‘씨를 말려야’ 한다는 인종개선의 느낌도 있고,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무리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위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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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달 동안 끔찍한 아동 성범죄가 계속 보도되면서 범죄자에 대한 대중의 증오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무참히 살해한다든지 겨우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학교 안까지 들어가 납치 성폭행을 한다든지, 연일 방송되는 엽기적 범죄 행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세상이 도대체 어찌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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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보고 있자면 이게 정말 4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란 말인가 하고 뜨악하게 된다. 끊임없이 난무하는 폭력과 지나치리만큼 자세한 강간장면 등 각종 폭력이 종합세트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순전히 폭력의 강도만을 놓고 보면 더 자극적일수록 상품가치를 높이는 오늘날에는 더 한 것도 왜 없겠느냐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과 사회를 유지시키는 최소한의 기초에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갈긴다는 점에서 보면 는 진정 폭력적이라 할 만하다...
  • 1007-003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8-01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자기에게로 가까이 간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나야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존재의 비밀을 확대해보면 한 사회에도 해당된다. 한국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한국에게로 가까이 간다. 박노자를 보면 그렇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귀화 지식인이다. 한국에서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아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국립대학 한국학 교수로 일한다. 대표적인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 1, 2』는 지금까지 20여만 부가 팔려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밖에 지난 십년 간 저술과 강연을 통해 드러난 사유의 편린을 꿰어보면 한국사회와 물샐틈없이 밀착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제4회 수유너머 국제워크숍이 열립니다. 국제워크숍은 수유너머가 주목하는 외국 학자를 초대해서 거의 일주일 간 완전 녹초가 될 정도로 함께 공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회 때는 사카이 다카시(酒井隆) 선생을 초대해서, 그의 (그린비출판사에서 출간예정입니다)과 (산눈, 2007)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진행했지요. 촛불집회의 여진이 남아 있을 때였는데 횡단보도 시위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숙소까지 모셔가곤 했는데 세미나가 끝나면 완전히 방전된 사람처럼 푹 주저앉으셨어요. 하지만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강의 준비를 하고 서울 골목길을 함께 누볐습니다...
  • 258_타니가와간+이미지2
    조금 자랑을 섞어 말하자면 나는 내 생애에 어떤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만들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지 않다. 물론 전체를 포괄하기를 멈춘 사상은 불구일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왜 전체를 포괄해야만 할까. 저 유닉함에 대한 열망에 빨려 들어가 먹혀버려 목숨을 다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을 증식하고 확대하는 것일까?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이른바 여러 개(複式)의 자아와 그런 자아의 생산 시스템을 확립하는 건 불가능할까?...
  • 이 귀한 지면을 빌려 구인광고 하나 할까 하는데, 괜찮겠지요. ‘컬럼빙자광고죄’에 대한 처벌(?)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저는 출판을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그~건, 니 생각이고”인 것만 같습니다. ‘편집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저리가라니까요.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편집일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불충분하기 때문일까요.
  • 255_타니가와+간
    타니가와 간의 부활의 조짐이 일고 있다(2006『서클 마을』복간, 운동 관계자들의 재평가 작업). 왜 그럴까? 또 어떻게 다시 읽어야 할까? 최근 신자유주의의 진행 속에서 나타나는 노동자들의 난민화, 유민화(비정규노동자, 파견노동자)와 그 속에서의 새로운 코뮨 운동(‘새해 맞기 파견 마을’)의 등장이, 2차 대전 후 주변화되어 가던 민중(광부와 가난한 농어민)과 함께 싸웠던 그 사상과 운동에 다시 주목하게 하고 있다...
  • 2010년 수유너머N은 일본 신좌파의 선구자로 불리는 타니가와 간을 중점적으로 공부합니다. 수유너머N 국제워크샾은 외국학자를 초청하여 일방적으로 그의 발표를 듣는 형태의 통상적 학회와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닙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가의 방문 이전에 그의 글을 사전에 읽고 토론하는 사전 세미나를 10회 이상 진행하게 됩니다. 그럴 때 비로소 개설적인 강연을 듣는 것과 다른, 심층적인 강연과 토론이 가능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영유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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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 in 동시대반시대 2010-07-21
    공공미술은 그 자체로 기존미술체계에 대한 도전입니다. 전통적 기법을 고수하는 것을 거부하고, 화이트 큐브(갤러리)를 거부한다는 것은 기존 제도들의 지속적인 작동과 미술계 대부분 사람들의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그 도전이 갖는 의미는 더 이상 미술가들 자신들끼리를 위해, 선택된 몇몇 비평가와 작품의 구매자를 위한 작업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의 연장선상에서, 더 나아가 좀 더 확장된 저항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그래피티 아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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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7-21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것. 구성진 트롯 가락으로 접하고서야 고개를 주억거린다. ‘서울이 좋아요’가 ‘강남만 좋아요’가 됐다는 것. 발랄한 포스터를 보고서야 무릎을 친다. 비통하거나 혹은 통쾌하거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삶의 비의(悲意)를 발언하는 예술가 덕분에 우리는 삶을 감각한다. 서울시정 홍보포스터로 도배가 된 거리에 웃음의 숨통을 반짝 틔워준 주인공은 젊은 예술가집단이다. 서울대 미대 선후배로 구성된 디자인 창작그룹 에프에프(ff). 지금은 동문의 벽을 넘어 5~10명이 활동한다. 이들은 지난 4월 ‘불법 서울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사회 불온 세력! 대학 다닐 때까지 뉴스에서 참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뭐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온순과 순수를 혈안이 돼서 추구하는 사회. 불온 세력, 불순 분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 이번 주 는 여기에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불온과 불순이 없는 사회는 ‘함께 함’도 불가능합니다. 즉 '불온'이 없으면 '함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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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계기는 광화문광장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광화문광장, 휠체어를 끌고 한 남자가 이순신 동상 앞에 선다. 남자는 가방에서 준비된 피켓을 펼친다. 순간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남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순식간에 남자는 휠체어를 탄 채로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연행된다. 걸을 수가 없던 남자는 발버둥칠 수 조차 없었다. 남자는 사라졌고 광화문 광장의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 최진석 in 수유칼럼 2010-07-21
    대학의 제도 ‘안’에서가 아니라, 대학의 ‘바깥’에서 일반 대중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가 성업 중이다. 불과 십여 년 전 ‘대안 대학’을 내세우며 수유너머를 포함한 소수의 방외 단체들에서 ‘실험’되었던 인문학 강좌들이, 지금은 매 분기별로 국공립 도서관과 문화 센터, 동사무소, 호텔과 백화점 등에서 기획되고 있다. 사회적 붐을 넘어, 어느덧 일상의 풍경으로 정착된 느낌마저 든다.
  • UN 에서 나온2009통계 자료에 보면 전 세계 인구 67억 중 이주민 인구가 2억 정도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100년도 못 사는 길지 않은 사람의 인생이라고 해도 살아가는 동안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바로 살아가는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태어났던 고향 에서 살면서 실천 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노력해야만 꿈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성태숙 in 수유칼럼 2010-07-21
    지역아동센터는 예전의 공부방을 말한다. 2004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아동복지이용시설로 전환된 후 주로 지역사회에서 빈곤아동을 돌보고 있다. 말하자면 복지시설이 된 셈인데 그런 시설치고는 정부의 지원이 참으로 박하다. 구로파랑새의 경우 29명 시설로 월 운영비 300만원을 받는다. 지난 해 평가 우수시설로 인센티브 명목의 30만원을 합쳐 운영비가 되는데, 이중 25%인 80만원은 강사비나 프로그램 재료비 등으로 반드시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하고 나머지 250만원으로 두 사람의 인건비와 4대 보험, 공과금, 사무운영비로 지출을 하게 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격 있는 종사자를 구하라는 법적 조항은 있는데 막상 인건비 책정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센터마다 인건비가 들쭉날쭉하고 최저생계비 이하를 받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0-07-14
    32살. 내가 결혼한 나이다. 그렇게 늦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제때 한 결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실 내 결혼 시기에 대해서는 뭔가 억울한 느낌 같은 걸 가지고 있다. 앞으로 할 얘기에 조금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마음에 걸리지만, 얘기를 하려다보면 어쩔 수가 없을 듯하다. 강의시간에도 학생들과 이런저런 생활 얘기를 하는 편이고, 가끔 답사를 겸해서 술 한 잔씩 나누기 때문에 자연 내 경험 얘기를 할 때가 많다. 몇 년 전부터 나는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살라고 권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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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0-07-14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25일까지, 그는 누구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한성대학교 연구동 805호에는 방송사 카메라가 찾아와 전쟁과 분단을 물었다. 각종 학술행사와 원고청탁이 밀려왔다.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을 전공한 학자는 많지만 젠더(gender) 관점의 평화 연구자로서 김귀옥 교수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한반도 분단 역사에서 민중, 여성이 당한 역사적 고통을 집중 연구해 남성중심의 기성 정치사에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동안 그 실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북파공작원과 민간인 납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월간 < 말>지와 < 민족21> 등에 기고해 주목을 끌었다...
  • 지난 주 < 위클리 수유너머> 개편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학술면 필자들께 감사의 말 전합니다. 디자인과 편집은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 조금 엉성하고 부족한 면이 있을 겁니다. 이역만리에서 작업과 공부를 병행하고 계시는 저희 막강 디자이너, 매주 밤을 지새우는 웹팀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개편 축하메시지와 독자가 만드는 < 위클리 수유너머> 코너는 일주일 정도 더 받겠습니다. 이미 응모하신 분들, 경쟁률이 낮아 경품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흐뭇해하셨겠지만, 경품에는 역시 ‘흐뭇’보다는 ‘스릴’이죠...
  • '위안부' 문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91년에 김학순 할머니의 고발로 공식적으로 문제화되었다. 그런데 하나 상기해야 할 것은 이전에 일본 혹은 한국에서 위안부의 존재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나 연구자들은 물론, 책들을 통해 그런 ‘비극’이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일본정부 고관들의 잇따른 망언에 분노한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는 그들의 삶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비극일 뿐 공식적으로 책임의 소재를 촉구하거나 사죄를 요구하는 일은 아니었다. 여성이라는 성을 가지면서 가족(가부장제) 바깥에 있게 된 자는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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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시위, 어느덧 강산이 거의 두번 바뀔 시간이 흘러 925회를 맞았다. 2010년. 7월 6일. 젊은 나도 견디기 어려운 더위였지만 925회의 시간 동안 추위도 더위도 견뎌오신 할머님들은 거뜬해 보이셨다. 오히려 그게 더 마음 아플 정도로.
  • 매일 바쁘게 활동하면서 “밍글라바 코리아”라 는 제목으로 위클리에 글을 보내 온지 이제 4개월째 입니다. 처음에 고선생님이 위클리에 글을 써서 보내달라고 말씀을 하셨을 때 걱정이 컸습니다. “말100마 디 하는 것보다 글 한 글자를 쓰기가 더 어렵다”라는 버마 속담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속담이 100점 만점 맞습니다. 맞고요~심지어 글이 버마 글이 아니라 한글이라서 걱정 안 될 수밖에 없죠...
  • 2010년 7월 7일, 드디어 < 위클리 수유너머>의 시즌 2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용도 디자인도 모두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 큰 주제 없이 나열된 메뉴들이 시사, 문화, 일상, 학술 범주로 묶여서 깔끔하게 정리되었지요. 학술이 있었냐구요?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만 이제 새로 생겼습니다. 무슨 연구자 집단이 만드는 잡지에 학술면 하나 없냐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아, 일상이 다 공부죠, 하하’, ‘공부하다 남은 시간에 만들다보니 아무래도 여가정신이...’, ‘동시대반시대 코너 찾아보면 간혹 학술적 내용도 있어요, 흠흠’... 이런 식으로 더 버티기는 힘들었습니다...
  • - 단단 어떤 주제라도 다 상관없지만 '영장 찢고 하이킥'처럼 진행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꼭지가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좀 더 실감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
  • ‘정치’라는 말이 그토록 오래도록, 그토록 다의적인 방식으로 사용되었고, 많은 경우 서로 상반되는 관점과 정의가 대결하고 있었음은 잘 아는 바일 것이다. 정치를 사유하는 장을 ‘정치철학’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수도 없이 다른, 대립적이고 이질적인 정치의 개념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연합하면서 유동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의 개념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정치를 사유한다는 것 자체가 항상-이미 계급투쟁이라고, 혹은 어떤 대결을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한국 최고의 서평잡지를 만들어보는 것은 제 꿈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평’이라는 글쓰기 형식이 마케팅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형식의 ‘서평’으로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책들은 저마다의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이란 세계를, 인간을, 특정한 현실을 사유하는 방식과 시선의 표현물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상품화를 우려하는 시선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 - 김유미(비마이너 편집부국장)

    매주 < 위클리 수유너머>가 발행되는 날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독자들이 모여 있는 아아, 여기는 장애인의 주홍글씨 < 비마이너>입니다. < 위클리 수유너머> 지금도 참 좋은데 대대적인 개편을 한다니요. 기대가 아주 큽니다!

    < 위클리 수유너머>가 보여주는 세상을 들여다보다가 반갑게도 비슷한 종류의 고통과 다채널 연대의 주파수를 동시에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 비마이너>와 < 위클리 수유너머>의 독자들이 뒤섞여, 끈끈하고 촘촘하게

  • 시경은 몇 년 전, 우응순 선생님의 강의 때 처음 만났다. 그때까지 나는 시경이라고 하면 가수 성시경을 먼저 떠올렸고. 그저, 사서삼경 할 때 삼경-시경, 서경, 역경 중의 하나인 옛날 경전 정도로 알고 있었다. 경전이라고 할 때 느껴지는 묵직한 부담감. 그래, 선인들의 지혜가 많이 들어 있는 훌륭한 책이겠지. 듣도 보도 못한 한자들이 빼곡한 이 책에서 재미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웬걸? 우응순 선생님이 워낙 강의를 재미있게 하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전이라는 말의 권위에 주눅들어 접하기 어려웠던 시경은 뜻밖에도 너무너무 생기발랄하고 유쾌하고 무엇보다 신선했다...
  • 박경석 in 수유칼럼 2010-07-07
    ‘개 같은 내 인생’은 스웨덴에서 만든 영화제목이다. 어릴 적에 영화제목에 끌려서 호기심으로 본 기억이 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기에 개 같은 내 인생이라 했을까? 그런데 영화의 내용에서 별로 개같이 힘든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제목에서 나타난 ‘개 같은’은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욕이 되지만, 스웨덴 관습에서 ‘개 같은’은 좋은 뜻이라 한다. 호기심에 끌려 보았던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처럼, 나는 중증장애인의 개 같은 삶이 유쾌한 사람의 삶으로 바뀌는 꿈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꾸고 있다...
  • 이제부터 번역 연재할 < >(L'insurrection qui vient)은 2007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책인데 그 저자가 익명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익명으로서 자신을 드러냈다. 그 이름은 ‘보이지 않는 위원회(comité invisible)’다. 자신의 존재, 자신의 대의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보는 전통적 좌파들과 달리, 이들은 “지도자도 없고, 요구도 없고, 조직도 없고, 단지 제스처와 음모만 있는 사건, 사회적으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것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지금 살고 있는 집은 3층입니다. 세 가구가 한 층씩 세 들어 살고 있습니다. 계단을 돌고 돌면 제가 사는 집이고 반 계단을 더 오르면 옥상입니다. 처음 집을 보러왔을 때 옥상 전망에 감탄을 하고는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옥상으로 가는 계단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회색 보따리와 검정 우산 하나가 있습니다. 재작년 겨울, 영하의 칼바람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던 때였습니다. 아내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옥상 쪽에서 인기척이 난다고. 밤에 현관문을 열쇠로 따려할 때 그 반 계단 위에 누가 있는 것 같아 아주 무섭다고 했습니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30
    2006년 1월, 오사카 지방법원은 4년간 공원에 거주해온 홈리스 남성에게, 그 공원을 주소지로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홈리스의 공원불법점거를 인정했다는 식의 시비가 있었지만, 주소를 인정한 것은 공원 점용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가 거기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정한 것이다. 거주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거주 사실만을 인정한 것인데도 왜 그리 사람들은 난리를 쳐야 했을까...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9
    월드컵 개최와 노숙인 추방은 동시에 일어난다. 한강의 기적과 판자촌 철거가 그랬듯이. 잔치가 성대할수록 출혈도 크다. 삶의 자리에서 내몰린 도시빈민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친다. 이를 군부독재 시절엔 빈민운동이라 불렀다. 반정부세력이었다. 21세기에는 빈곤퇴치운동이다. 나라에서 권장한다. 기업엔 사회공헌팀이 가동되고 지자체가 앞장선다. 기부와 봉사로 종교인은 건물을 세우고 연예인은 이름을 얻는다. 감동한 시민들도 나눔 행렬에 동참한다...
  • sros23 in 수유칼럼 2010-06-29
    5월 30일 저녁이었던 것 같다. 교회 청년부 클럽 게시판에 누군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허거덩~ 정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엔 없었다. 그 글은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는 평화기도회 홍보 웹자보였는데, 초대강사가 조용기, 김장환, 김삼환 목사 등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부시가 기도회에 간증자로 초대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9
    우리사회의 심각한 주거문제가 누적되어 나타난 홈리스 문제의 심각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부랑인복지시설이나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쪽방, 고시원, 역사, PC방이나 찜질방 혹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심지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극단적 주거취약계층의 생활위기는 점점 더 가중되어 가고 있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9
    노숙인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은 점점 그들의 삶이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고민을 하도록 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연대책임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만난 이들과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노숙을 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해야할 정부와 서울시는 그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에 급급한 모양이다. 때문에 빈곤계층을 위한 서울시 복지정책은 가난한 이들에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코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 < 가난뱅이 역습>은 한마디로 '가난뱅이 계급의 서바이벌 기술 실용서'이다. 고로 이 책을 '읽을거리'로 취급하는 당신 혹은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척하는 당신'! 당신에게는 이 기술들이 필요 없다. '바가지나 씌우는 부자 계급'은 가난뱅이의 적임이 분명하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도 집에 '남아도는 물건'을 창고에 쌓아둔다든가,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차를 혼자 타고 다닌다면 말이다. ...
  • sros23 in 편집실에서 2010-06-23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열린 최저임금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젊은 사람들의 호응이 상당했어요.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 청년유니온> 위원장인 김영경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날 청년유니온이 주최한 ‘최저임금 권리 찾기 캠페인’이 있었거든요. 청년유니온 잘 아세요? 한국에서는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요. 만 15세부터 39세까지 가입하는 세대 노동조합입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심지어 구직 중인 사람들까지 모두 포괄하는 일종의 일반 노동조합입니다. 지난 3월 13일 창립식을 가졌어요. 하지만 노동부가 조합…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3
    눈치 챘겠지만 대졸자 백수 S양은 바로 나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와 여성공동체 W의 목공작업장에서 일하는 지금의 나. 둘 다 시간당 페이를 받으며 임노동을 하는 모습이지만 알바생으로서의 삶에 비해 지금의 삶이 확실히 자본 논리에서 그래도 반 발짝쯤은 벗어난 느낌이다.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자본주의 내에서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화폐로 환산될 뿐인 무표정한 내 시간에 ...
  • 파란 눈에 노란 머리, 하얀 피부의 사람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음식을 만든다. 이런 장면은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나 보던 모습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매우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단체와 지방정부에서 다문화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잔치를 벌입니다. 거기에는 어김없이 검은 눈에 검은 머리, 짙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음식을 만듭니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23
    해마다 6월이 되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서울세관 주변이 소란스럽다. 별관 4층에 입주해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때문이다. 노동자위원(9명), 사용자위원(9명), 공익위원(9명)들이 모여 다음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6월 29일까지 노동부장관에게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심의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란 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 ihunnyi in 수유칼럼 2010-06-23
    월드컵과 전자책, 요즘 내 관심을 끌고 있는 두 가지 주제다. 둘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닮아 있다. 먼저 월드컵은 공중파(public wave)의 영역이고 전자책은 출판(publication)의 영역으로, 둘 다 퍼블릭(public) 즉 공공성과 관련되어 있다. 또 하나, 둘은 모두 시장에 종속되어 있는데, 똑같이 시장에 종속되어 있긴 해도 그 양상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월드컵은 시장의 맨 앞에서 설쳐대는 방식으로, 전자책은 시장의 맨 뒤에서 쭈뼛쭈뼛 눈치보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시장의 노예임을 보여준다...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16
    나에게는 열 살 어린 여자 친구가 있다. 지금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니까, 그녀는 열여덟, 즉 아직 ‘민증’도 나오지 않은 새파란 십대와 사귀고 있는 것이다. 천하의 도둑놈이이라고 지탄하는 자들도 있었고, 삼대가 복 받을 일이라고 부러워하는 자들도 있었다. 평상시 소심한 내 성격을 잘 알던 오래된 친구들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며 경악을 금지 못했다. 그 친구들이 나에게 묻는 질문은 한결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16
    나의 첫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불분명하지만)은 장애여성이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정서적으로 많은 교감을 나누었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나는 보통 나의 연애사에 대한 술자리 잡담에서 그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반면 그만큼이나 짧았던 찰나의 관계들도, 상대가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다고 내가 장애를 가진 나의 연인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숭고하고 지고지순한 사랑 따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일반적으로 ‘연인사이’라고 할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복감을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 동성애자들이 슬픈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주고받을 인구군이 협소해서 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슬픈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이들에게도 사랑의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들은 이성으로부터는 물론 동성으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한다. 연애가 불가능한, 소수자 중의 소수자, 속칭 ‘찐따(들)’말이다...
  • sros23 in 편집실에서 2010-06-16
    이스라엘 대통령의 조용한 방한

    폭력이란 인간 본성이 아닌가를 생각할 정도로 강자가 약자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걸 자주 봅니다. 국가 간 전쟁에서도, 권력집단의 법적 폭력에서도, 개인 간의 사적 폭력에서도 그런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강자의 폭력이 간혹 그가 가진 공포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강자가 스스로를 약자로 상상하면서 엄청난 공포심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실로 무서운 순간이지요.…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16
    처음 빈집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곳이 연애를 위한 최적의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했다. 당시 1인당 하루 숙박 2천원인데다가, 커플이 가면 화장실이 따로 연결된 제일 좋은 방을 내어주었으니까. 예닐곱 명이서 같이 밥을 차려멱는 집이니, 저녁 때쯤 놀러가서 숟가락 한 두 개 얹어 같이 식사를 하고, 술자리도 같이 하다보니 어색함이 금세 사라졌다. 무엇보다 내 경제적 사정이나 애인의 미래 비전, 둘 간의 결혼 계획 등을 묻지 않는 그들이 좋았다. 그럼, 오늘 밤, 여기서 묵어도 될까?...
  • 지난 토요일 저녁 2010남아공 월드컵에 한국팀이 그리스팀을 2대 0으로 이겼습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월드컵 첫 경기에 한국팀이 이겼으니 참 기쁘고 다음 경기도 기대가 됩니다. 2002년도에도 4강까지 올라갔던 한국팀을 응원하느라 저와 이주민 친구들도 광화문광장으로 갔었고 대~한~민~국~ 라고 힘껏 함께 외쳤던 것이 기억 납니다...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9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대다수인 커뮤니티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면서 ‘잘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대학 새내기였던 나에겐 대단하게만 느껴졌었다. 서로 ‘자기’라고 호칭하는 여자친구와 손을 꼭 잡고 걸어다니면서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뿜어내기도 했고, 찌질하거나 무지한 동기들에게 호통도 잘 쳤고, 어르기도 잘 했다. ...
  • 일제시기 하와이 사탕수수밭에 이주노동자로 간 한국인들이 미국 이주 1세대를 형성했다고 들었다. 이들의 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왜 하와이에 사탕수수밭이 만들어 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왜 머나먼 하와이까지 갔는지는 잘 알 것 같다. 한국은 당시 일본의 식민지로 먹고 살기 너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죽어라 일했을 뿐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써 싸웠다고 한다...
  • zziraci in 편집실에서 2010-06-09
    연애

    6월 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보느라 날밤을 새웠습니다. 월드컵보다 더 긴장되고 흥분되더군요. 월드컵이야 내가 뛰는 것도 아니고 내 삶과 별 상관없는 경기지만, 선거는 나와 내편의 투표가 승패를 결정짓는 데 동참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나와 내 아이의 삶이 바뀔 수도 있기에 가슴 졸일수밖에 없더군요. 연애할 때를 빼고 이렇게 가슴 졸이며 날밤을 새운 게 또 언제였나 싶습니다. 지난…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9
    김조광수는 제작자 겸 감독이다.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정치색이 강한 16mm 단편영화를 만들다가 1999년 기획과 홍보를 맡으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청년필름을 설립해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2007년 커밍아웃 이후에는 등 퀴어 영화감독으로도 직접 나섰다. 그 밖에 각종 동성애 운동을 주도해온 인권활동가이다...
  • sros23 in 수유칼럼 2010-06-09
    지난주 6월 2일, 선거가 있었던 날이었다. 인사동에 나갔다가 조계사 부근을 지나는데, “문수수님, 소신공양의 큰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소신공양? 바쁘게 무심히 지나치던 눈길을 잡아끄는, 생각지 못했던 단어였다. 고등학교 땐가 교과서에 실린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에서 본 이후로는 본 적도, 생각할 기회도 없던 단어였다. 그래서였을까?...
  • sros23 in 수유칼럼 2010-06-09
    울엄니한테 물어봤다. 한명숙이 ‘분패’한 게 노회찬의 완주 탓이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참고로 울엄니, ‘노짱’ 얘기만 나오면 일단 짠해지고 보는 양반이시다. 그거야, 권세와 호사 쫌 누린다는 한국산 시민 계급한테서 노짱이 사실상 분수도 모르고 깝친 ‘쌍놈’ 취급받던 게 도무지 남일 같지 않아서였을 터. 나야 물론, 헌데 그 노짱이 대통령 하던 시절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8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도 사람이 살만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던 건축기사 형님이 있다. 건축의 가능성을 믿듯이 연애의 가능성을 믿는 형님이다. 물론 연애는 젬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밤샘작업에 지방출장, 건설현장에서 그을린 시커먼 피부,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도 없고 직장도 변변찮다. 그러나 성격 하나는 끝내주게 낙천적이던 형님은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다니던 교회로 눈길을 돌린다...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2
    ‘새끼 오이소!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꼬 욕 봤지예! 짜다리 벨 볼 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 자글자글 주름꽃 핀 할매의 다정한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이는 동피랑 마을에 설치된 통영사투리 간판이다. 표준어로 옮기면 ‘어서 오세요. 동피랑 언덕까지 오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별 볼거리가 없어도 마실 다니듯이 천천히 둘러보세요.’ 라는 뜻이다. ...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2
    이름은 주문이다. ‘이르다’는 뜻의 이름에는 저마다 타고난 사명이 담겨있다. 땅이름도 그렇다. 인천(仁川)은 어진 내, 어진 흐름이다. 물길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던 시절 인천은 근대화의 진입통로였다. 항구에서 받아들인 서구문물을 서울로 실어냈고 외지사람들은 여기서 성공하면 서울로 나갔다. 엄마처럼 정성스레 품어 내어주는 곳이 인천이었고 그 중심에 배다리마을이 있다. ...
  • sros23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2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아침 7시. 동네의 초등학교에 일군의 아저씨들이 모였다. 각자 가지고 온, 혹은 빌린 트럭을 타고 동네교회 (목양교회), 대안학교 (이우학교), 생협 (이우생협), 지역쎈터 (좋은친구쎈터)로 이동해 당일 마을어린이날 행사에 필요한 물품, 책상, 의자, 천막, 음향기기 등을 싣고 온다. 속속 도착한 아줌마들과 함께 , ...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2
    이런 저런 지면에 공동체가 소개되면서(영상 매체는 극구 사양하지만, 글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일은 종종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공동체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어디서부터가 공동체요?”라는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다. 공동체의 영역을 알리는 ‘표지’ 없음으로 그 분들은 헷갈리셨던 거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강북구 인수동 북한산 아랫마을 곳곳에 살고 있다. 어디부터 공동체라는 표지는 없다. ...
  • zziraci in 편집실에서 2010-06-02
    삶을 내맡기라고 부추기는 시대

    가족 중에 많이 편찮으신 분이 계신가요? 지난 호 의 최정은 대표님 글을 읽은 후 저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가 중3 때 처음 쓰러지신 후 생명을 다투는 수술만 세 차례를 받으셨죠. 건강이 잠시 회복되었다가도 병이 곧잘 재발했고 연세가 드시면서 점차 몸이 나빠지셨습니다. 지금은 최대표님의 아버님처럼 의식도 많이 흐릿하시지요. 지난 일요일에는 공원에 잠시 모시고 갔는데, 자녀가 어찌되느냐는…

  • zziraci in 수유칼럼 2010-06-02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기 자식을 또 죽였다. 지난해 9월, 30대 여성이 선천성 눈꺼풀 처짐과 안면신경마비 장애를 가진 생후 2개월 된 딸을 베개로 얼굴을 덮어 질식시켜 살해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자식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형법 250조에 의하면 부모에 의한 존속살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는데, ‘본인이 자수를 했고, 남편 등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이 선처를 한 것이다. ...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2
    해방촌은 마치 혈관처럼 곳곳에 골목길이 나 있다. 옛스러운 타이포그래피로 사람을 반기는 세탁소 간판들,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달려가는 아이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이 동네의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새 아파트로 깔끔하게 정리된 동네가 된다면 해방촌에서는 더 이상 옛 시간을 품은 듯한 풍경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
  • 이번 이야기는 버마의 문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버마에서는 얼굴 닦는 수건과 허리아래부분 닦는 수건을 구분하여 씁니다. 한국처럼 큰절은 흔히 하지 않습니다. 또한 큰절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허리를 숙이는 것에서부터 상대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는 것에까지 존경의 차이가 있습니다. 특별히 은혜 베푼 사람이나 부모님, 선생님, 스님들에게 존경의 표시로 발을 닦아드리기도 합니다...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6-01
    남산 중턱에서 해방촌을 바라보았다. 즐비한 교회의 첨탑들이 마치 중세 이탈리아의 한 도시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조그만 동네를 압도하는 커다란 해방교회에서부터 "멸공"을 부르짖는 반공교회, 그 외에도 집 한 켠 세워진 조그마한 교회들까지. 정말 많은 교회들이 해방촌에 세워져 있었다. 해방촌은 해방 직후 갈 곳 없는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
  • 얼마 전에 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내용은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입니다. 여자들은 지방 일을 해야 해서 남자들처럼 밖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없고 또한 밖에 나가서 일을 하게 되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서도 집안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
  • zziraci in 편집실에서 2010-05-26
    마구잡이 사회에서의 생사여탈권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1주기였죠. 비가 오는 중에도 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추모 공연을 다녀왔더군요. 엊그제 위클리 수유너머에 <밍글라바 코리아>를 연재 중인 소모뚜씨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요. 소모뚜씨도 거기 있었나 봅니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보고 있던 그는, 사실 무대에 있어야 했던 사람입니다. 주최측에서 소모뚜씨네 밴드, ‘스탑크랙다운’에 공연요청을 한 모양입니다.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거절했다고 하네요. 대신 늦은 시간까지 비를…

  • zziraci in 수유칼럼 2010-05-26
    사람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그저 세월에 몸을 맡긴다는 것 외에도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음을 뜻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늙어도 나의 부모는 늙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 늙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내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아버지가 늙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5-26
    저는 파트타임으로 중학생 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몇 번을 설명해도 머리를 갸우뚱하는 얘들을 상대하고 있죠. 하루는 중2 얘들에게 문제 풀이 숙제를 왕창 내줬습니다. 그랬더니 넉살좋은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그러시다가 나이 마흔에 스물여덟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랑 결혼하실거에요.” 마치 저주라도 내리는 표정으로 음흉하게 저를 쳐다보면서 말이죠. ...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5-26
    현재 버마의 정식 국명은 미얀마연방이다. 하지만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고 ‘버마’라는 국명을 고수하고 있다. 미얀마라는 국명은 1988년 8월 8일에 발생했던 이른바 8888민중항쟁을 유혈 진압한 군부가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일방적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버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버마행동한국(Burma Action Korea)’대표 우 뚜라(U THURA)씨의 ‘버마 혹은 미얀마 이해하기’ 를 싣는다.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5-26
    날마다 새벽 2시까지 하얗게 밤을 지우던 그. 노래책을 탑처럼 쌓아두고 손끝 부르트고 목청 터지도록 노래하던 청년 소모뚜. 그는 스무 살에 정든 고향을 등졌다. 부모님과 여동생들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TV가 필요하면 전자제품 가게에 가고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가는 것처럼” 꿈을 찾는 그에게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행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
  • zziraci in 편집실에서 2010-05-19

     

    맑스의 여자관계는 어땠을까. 맑스가 무슨 면벽수행 하는 수도승도 아니고 학자에게 지고지순형 러브스토리를 기대할 이유는 없다. 그저 궁금증의 발로다. 알아봤더니 부인 외에 하녀에게 나은 자식이 한 명 있었다. 맑스의 공식인정은 아니고 여러 정황에 따른 추측이다. 맑스 혼외자식설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은 맑스가 죽은 후 그 아이를 엥겔스가 돌봐주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말들이 났으리라. “엥겔스가 돌봐주는 걸 보니 맑스의 자식이 틀림없군!”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5-19
    “그들 철도 노동자는 보통의 인간이지 신화에나 나오는 장사(壯士)들이 아니다. 어떤 일정한 점에 도달하면 그들의 노동력은 고갈된다. 그들은 무감각 상태에 빠진다. 그들의 두뇌는 사고를 중지하며 그들의 눈은 보기를 중지한다.” 1866년 런던, 배심원 앞에 3명의 철도노동자가 출두했다. 끔찍한 철도사고가 수백 명의 승객을 저세상으로 수송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은 ‘철도노동자의 부주의’이며, 그들은 지금 ‘살인’이라는 죄명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5-19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운이 좋지 않은 날에는 노동자 파업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도로를 점거한 경찰차와 노동자들 때문에 버스는 그야말로 굼벵이 걸음을 기고, 확성기를 통해 전 시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구호 때문에 머리까지 다 아프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어떤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나도 배웠다. 또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한다. 그러나 요구를 할 때는 ‘대화’라는 아름답고 다분히 평화적인 방법도 있지 않은가? ...
  • zziraci in 동시대반시대 2010-05-19
    자본론에 따르면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팔아 자기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존재다. 즉, 노동자는 노동을 할 때 자유롭지 못하다. 좋다.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시하고 싶어진다. 노동이라는 생산의 영역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소비의 영역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은가? 소비를 통해 재화를 누리는 것은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