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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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호]새벽 길 전철에서 (0)처서가 지나면서 밤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여름철 하지 무렵엔 네 시경이면 벌써 밖이 환해 졌는데, 오늘 아침엔 여섯 시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밖이 한 밤중처럼 깜깜합니다. 요즘 계속된 비는 지금도 천둥 번개와 더불어 세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세찬 비바람에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에 교회를 나서려니 귀찮아 언짢습니다.
- [31호]외갓집 가는 날 (1)지난 2주 동안 네 살 난 첫째와 2개월 조금 지난 둘째를 데리고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4시간 정도 걸리는 창원으로 친정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골로 간 게 아니면서 지난 2주 동안 컴퓨터 근처는 가보지도 못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위클리 원고를 연이어 펑크를 내버리는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렸다. (이런 핑계가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편집자님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절대로 고의적인 것은 아니었다구요!)
[31호]사과 (0)글의 운명과 저자의 운명은 별개라서, 세상에 한번 내놓은 글을 도로 주워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에 썼던 글이 제 손에서 멀어진 다음부터 저는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께름칙한 기분이었고 서툰 변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0호]성장 (1)덥다. 몸의 접혀진 부분마다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벽에 늘어붙은 채로 글씨를 끼적인다. 독일 Aachen발 편지는 8월 9일에 받아보았다. 프랑스산 봉투, 독일산 우표, 쓰던 노트를 북 찢어 쓴 편지지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네가 예고한 대로라면 지금쯤 한국에 있겠구나. 서울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간의 행보에 근거해 추측해보면 대구에 머물 공산이 클 것 같다.-
음악을 작정하고 감상하지 않고서는 음악은 삶의 짧은 순간의 배경음악이 되어 잠깐 반짝이다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 공부 할 때 같이 특정한 일에 몰두할 때 주변의 소음을 잠시 물리치고 일정한 진동으로 집중을 하거나, 멍하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습관적으로 귀에 이어폰을 꼽거나, 아니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음식점이나 커피가게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사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나 음악에 아주 전문적인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음악을 진득하니 듣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 [30호]농사 일지 4 (1)올여름 무더위를 한고비 넘기는 어제는 처서였다. 기상대 일기예보에서도 처섯날은 많은 비와 함께 지금껏 기승을 부린 늦더위도 한풀 껶이겠다고 했다. 계절의 질서는 어김없다 했더니, 비는 틀림없이 많이 내렸지만 더위는 여전이다. 처서는 농사꾼에게 의미있는 중요한 절기이다. 이 날을 중심으로 가을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겨울 준비로 가을이면 꼭 해야할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것은 김장이다. 그 김장용 무, 배추는 처서를 두고 전, 후 5일을 기준하여 심는다. 또한 씨를 뿌리는 일은 이것으로 마지막 끝내기가 되는 것이다.
“아~우울해. 살기 싫어” 주변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게다. 이제 우울증은 과도하게 감상적인 사람만이 걸리는 병이 아니다. 영화 속이나 책 속의 멜랑꼴리한 등장인물이 약봉지를 한 움큼 입 속에 털어넣으며 “요즘 우울증이 있어서요”라며 날리는 멘트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비단 이렇게 바깥으로 표출되는 우울증 말고도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9호]어머니 (0)어머니께. 토요일 오전에는 화상접견에 응하지 못했습니다. 글로 적기엔 애매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걱정하실까봐 펜을 듭니다.- [29호]나의 술 이야기 1 (2)탁주와 더불어 반 세기 나는 술을 많이는 마시지 않지만 아주 애주가이다. 특히 탁주인 막걸리는 거의 매일 한 잔씩은 들고 있다. 저녁 식사와 더불어 한 잔의 막걸리는 나의 좋은 동반자로써 거의 반 세기를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집에는 항상 막걸리가 준비되어 있다.
[29호]외디푸스 컴플렉스? (0)“예쁜 구두 신을거야. 매이는 여자니까” “아빠, 개똥 좀 치워! 아빠는 남자잖아.” 요즘 매이의 말 속에 부쩍 남자와 여자가 따라붙는다. 과연 매이는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별할까? “매이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여자” “왜?” “예쁘니까” 엥? “그럼, 엄마는?” “엄마도 예쁘니까, 여자” 안 예쁜 여자도 있다는 말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고, “그럼, 아빠는?” “응, 남자” “왜?” 뭐라고 대답할지 기대됐다. 잠시 생각하다가 매이는 “응, 멋지니까” “고마워, 그럼, 최문기는?” “최문기도 멋지니까 남자야” 매이에게 예쁜 것과 멋진 것은 미적인 범주가 아니라 성적인 범주였다...-
수유너머N 엠티를 다녀왔습니다. 점심 삼계탕, 저녁 삼계탕+삼겹살볶음 이라는 고단백의 식사를 마친 뒤 심하게 체하는 바람에 음주가무는커녕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함께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엠티 장소에 도착한 점심시간부터 자정이 되도록 지난 1년간의 수유너머N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고 합니다. 이러저러하니까 앞으로 잘해보자, 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엠티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니 달팽이공방이 떠올랐습니다. ‘수유너머N이 생김과 동시에 만들어진 달팽이공방의 1년은 어떠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28호]가족 (1)월요일 아침, 작업장 담당주임이 ‘후배 같은 사람’이 접견을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고 알려주더군요. 안 그래도 면회시간은 15분에 불과하고 그것마저 쏜살같아서, 나는 늘상 면회 온 사람들에게 미안스런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헛걸음을 하게 만들다니, 이거 큰일이로구나, 어쩌면 좋을까, 하면서 마음을 바싹 졸였더랬죠.
[28호]여름나기 (2)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는데 이놈의 더위는 그칠 줄 모른다. 찌는 듯한 더위라는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로 걸어다니다 보면 온 몸의 육수가 줄줄 흐른다. 앞으로 이런 더위가 한 달은 더 간다고 하니. 아이고야. 여름이 다 끝나가는 시기라서 약간 뒷북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번 호에서는 여름나기와 관련해서 썰을 좀 풀도록 하자...- [28호]바쁜 현대인들 (1)일상생활에서 “바쁘다”는 단어는 가장 자주 사용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대인들 참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일이 있어 바쁜건지, 마음이 바쁜건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주위의 모두들, 바빠 죽을 지경이라며 아우성이요 성화이다. 별 볼 일이 없을 듯 싶은 사람들도 바쁜 일상엔 거의 예외가 없는가 싶다.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고요. 영어의 몸이 된 걸, 안타까워 해얄지 반겨야할지 모르겠네요. 위로의 말을 하기엔 제처지도 보잘 것 없고, 반갑게 맞자니 맑은 웃음이 지어지지 않는군요. 일단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는 말만큼은 망설임 없이 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영배씨도 말씀하셨다시피 함께 고생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지척에 두고도 얼굴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담장과 담장 사이의 거리가 이리 멀게 느껴지다니, 이산가족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지난주에 여강만필의 필자로 계시는 김융희 선생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함께했던 멤버들은 병권, 은유, 단단, 꼬기, 그리고 유나, 서형으로 모두 수유너머R의 식구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갔던 것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도 안 납니다. 별로 바쁘게 살았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리 돼버렸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그것도 산 좋고 물 맑다는 강원도 연천에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껏 부풀었더랬죠...
[27호]밥상에서 차별하지 마 (0)매이가 처음으로 차별을 경험했다. 매이를 아주 예뻐하는 매이의 사촌언니 생일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거기서 준 할인권을 이용하러 근처 커피숍에 갔다. 테이블 별로 할인혜택을 받으려고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아 주문도 따로 했다. 우리 식구는 커피와 주스를 시켰고 옆 테이블의 언니네 식구는 음료수와 함께 커피 전문점에서 따로 구워 파는 빵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옆 테이블에 빵을 주고 돌아가자 매이가 왜 우리 테이블에는 빵을 안 주냐며 깜짝 놀라 소리치는 것이다. 저건 주문한 사람만 주는 거고 우리는 안 시켰다고 얘기했지만, 주문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자본주의적 생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매이는 계속 캐물었다...
[26호]몸을 공부한다는 것 (0)자, 이제 신(腎)까지 했으니 오장을 마쳤다. 헥헥. 나도 힘들다. 물론 이런 딱딱한 글을 읽는 분들은 더더욱 힘드셨을테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는 좀 쉬도록 하자. 절대 쓰기 귀찮아서, 노느라고 시간이 없어서 그런거 아니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지금까지 읽히지도 않는 글들 읽느라 고생하셨을 독자 제위들을 위해 말랑말랑, 알콩달콩 건강 다이제스트를 소개하겠다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ㅡㅡ^ 그런 것 기대하지 마시라. 하여튼, 다들 까먹고 계실테니 다시 한 번 기초 초식 하나 검토하고 넘어가자. 어찌보면 인간은 망각에 관한 한 상습범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벌써 6월도 다 지나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그러고 보니 ㅎㅁ면회횟수는 아직 3회나 남아있다. 윽, 큰일이다. ㅎㅁ은 편지에 면회가 “이곳[감옥]의 세계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썼더랬다. 그 희망을 저버릴 순 없다. 이걸 어떻게 다 채운다...- [26호]여름밤 음악 (1)공기가 물기를 잔뜩 머금어서 덕분에 피부 세포막 한 겹 한 겹이 눅눅해 진 여름이다. 사실 낮에는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산뜻하게 지내지만 집에 돌아와서 간단한 샤워 후 축 늘어져 잠을 청하는... 읽히지 않는 책을 집어 던지게 되는, 모기의 밥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바람 없는 여름밤에 들으면 좋은 음악들을 이야기 한다.
[25호]사장님 (5)교도소에는 ‘사장님’이 참 많아요.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사장님’들을 한꺼번에 보기는 또 처음이에요. (뭐 이곳은 모든 게 다 처음인 일 투성이긴 하지만. 쩝;) 엊그제 작업장 주임은 대뜸 “교도소만큼 사장 많은 데가 어디 있어?”하더군요. 교도소 사정에 밝은 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한 말이에요. 저만 해도, 최사장님, 한사장님, 김사장님, 이사장님… 등 이곳에서 알게 된 ‘사장님’을 꼽아보면 손가락 발가락 개수를 다 합쳐도 부족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제가 보고 들은 것이 적은 탓인지, 이분들이 어디서 어떤 사업을 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접하지 못했어요.
[25호]노출의 공포 (2)“매이야 옷 입자” “싫어, 더워” 날이 더워지면서 요즘 매이는 집에서 발가벗고 지낸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덥다며 옷 벗겨 달라고 한다. 팬티는 입자고 해도 한사코 다 벗겠단다. 날도 덥고 빨랫감도 덜 생기고 집인데 뭐 어떠냐 싶어서 벗고 놀게 뒀다. 그런데 바깥에서도 그런다. 놀이터에서 오줌을 싸서 옷을 갈아 입혀 주려고 하면 홀딱 벗은 상태로 도망친다. 깜짝 놀라서 잡으려 하면 매이는 “아빠, 나 잡아 봐라” 하면서 술래잡기 놀이를 시작한다. 알몸의 여자애와 추레한 중년 남성의 엽기 쇼로 놀이터는 일순간 극장이 된다....- [25호]농사 일지 3 (1)실용과 편의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낮은 곳을 골라 조심스럽게 흐르는 물길은 강 줄기가 구불거려서는 안 된다며 똑바로 흐르도록 전국의 강들은 정비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적당히 오르내리며 때로는 굽이도는 신작로 역시 똑바로 곧아야 한다며 산을 자르고 뚫는 토목공사로 온 국토가 갈려 찢기고 있는 요즘이다.
[24호]귀가 잘 안 들려요 (4)신장하면 흔히 단순히 오줌을 내보내는 배설기관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동양에서 신장은 서양보다 꽤, 엄청, 무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오장육부중 가장 중요한 장기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생명의 근원으로서 신장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크게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4호]농사 일지 2 (2)
농사꾼 마음의 이해를 바라며…여름을 접어들면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집에도 벌써 가까운 이들이 몇 차례 다녀갔다. 방학이 시작되고
본격 휴가철이 되면 방문객도 늘고 더욱 바빠질 것 같다.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는 한촌인지라 계절의 혜택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산나물이 나는 봄철엔 나물 채취로, 밤이 익어 떨어지는 가을이면 밤 줍기를
위한 인근 도회의…
[24호]남성성 (3)*욱아. 네가 지난 5월말에 보낸 편지는 무사히 도착했어. 공연이랑 수업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휴학을 할까말까 고민했던 것 같은데, 결국 다니기로 한 모양이네. 지금쯤이면 생활이 정돈이 돼서 한숨을 돌릴 시기려나. 아니면 벌개진 눈으로 기말과제 마무리에 한창이려나. 내가 받은 인터넷 서신에는 너의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았고, 여성학과 사무실이 옮겨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이렇게 공개된 지면에다 편지를 써.- [24호]세미나, 놀자 (0)
달팽이 공방에서 하는 활동에는 만들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라고 이름 붙은 세미나가 하나 있다. 이 세미나는 공방에서만 따로 하는 것은 아니고 수유너머N의 세미나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수유너머N과 달팽이 공방의 관계가 모호하듯이 이 세미나도 성격이 참 애매모호하다.
현재 일상예술 세미나에는 완전 백수도 있고, 세미 백수도 있고, 정규직도 있다. 아이 엄마도 있고 학생도 있다. 참 많이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과…
- [23호]농사 일지 (1)같은 식물이지만, 우리에게 유익하며 먹이가 되면 농작물이 되고, 유해하며 무익하면 잡초가 된다. 또한 그 기능이 애매하여, 약초로 쓰인 식물이 쓰이기에 따라 독초로 변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는 홀대를 받지만, 다른 곳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애용되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우리 인간과 식물은 생사를 함께하는 절대적 관계에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23호]소속감 (1)“대함~민국” 어디서 배웠는지 매이가 월드컵 구호를 흉내낸다. 아직 “짜짝~작 짝짝” 새마치 장단의 박수는 못치고, 어설프게 손바닥을 두세 번 부딪치고는 불경스럽게(?) 가운데 손가락만 편 양 손을 앞으로 쭉 내민다. “푸하하. 매이야 그게 뭐야?” “응, 대함~민국 하는 거야” 나는 그 의도치 않은 불경스러움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대한~ 민국” 하며 매이처럼 ‘성(性)스러운’ 가운데 손가락을 곧추세워 양 손을 앞으로 쫙 폈다. “짜짝~작 짝짝.” ....
“한 사람”에 관한 다큐를 몇 개월간 찍었고 또 몇 개월이 지나서야 그때의 기록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 당시엔 그 사람의 깊은 속마음까지 엄청 많이 알게 될 거라 기대했던 것 같다. 카메라를 매개 그리고 무기 삼아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진실을 발견하리라 자신했다. 또 그게 다큐의 힘일 것이다. 정치적 병역거부를 한 현민이 감옥을 갔고 나의 촬영도 끝났다. 시간이 흘렀다. 객관적으로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촬영분의 녹취록을 밑줄 박박 그으며 읽고 있다...- [22호]음악회에 다녀와서 (0)우리의 판소리나 대중가요 음악회에서는 전혀 아닌 순수 음악회를 관람하면서 늘 이해 못한 나의 아쉬움이 있다. 음악은 듣고 감동하며 즐기는 것이라면 어떤 격이나 룰에서 좀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이면 안될까? 판소리 굿판에서 추임세나 가요제에서 환호처럼, 음악회에서도 음악가의 열창이 있다면 관객의 감동도 함께 했으면 하는데...무지의 소치려니 소양도 부족하고 경망스런 나는 도대체 힘겨워 때로는 엉뚱한 실수로 나를 당황케하는 관람 분위기의 적응이다...
- [22호]버터이야기 (0)< 식빵 굽는 시간> 주인공의 엄마는 매일 아침, 집 근처 빵집에서 갓 구워져 나온 크루아상 두 개를 먹습니다. 그 책을 읽은 후 처음으로 크루아상이라는 빵을 먹어보았습니다. 초승달처럼 생긴 모양도 탐스럽고 무게도 가벼운데다, 아주 고소했습니다. 무엇보다 빵의 결이 켜켜이 살아 있어 참 맛있었습니다. 크루아상의 이 결, 이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놀라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버터의 힘으로 만들어진 ‘결’과 고소함입니다...
- [22호]닥치고 편지 (2)그동안 그 사진이 거기 붙어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매이가 일깨워줬다. 칸차나는 2005년부터 우리 부부가 '플랜 코리아'라는 NGO를 통해 1:1 결연을 맺어 후원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11살 소녀이다. '플랜 코리아'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돕는 국제 NGO 단체인데, 후원자와 아동 사이에 사적인 친밀감을 형성하면서도, 아동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동이 사는 지역에 상수도나 학교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펼친다고 한다...
[22호]패기있게 살자 (0)“하늘에서는 건조한 기운이고, 땅에서는 금이며, 괘에서는 태(兌)이고, 몸에서는 피모이며, 빛깔에서는 흰 것이며, 음에서는 상(商)이고, 소리에서는 울음이며, 병적인 것에서는 기침이며, 구멍에서는 코이고, 맛에서는 매운 것이며, 지(志)에서는 근심하는 것이다. 경맥에서는 수태음이고, 진액에서는 콧물이며, 겉에 나타난 것은 털이고, 냄새에서는 비린내이며, 숫자에서는 9이고, 곡식에서는 벼이며, 집짐승에서는 닭이고, 벌레에서는 딱지가 있는 벌레이고, 과실에서는 복숭아이며...- [21호]밥맛없는 세상 (2)질문 하나 하고 넘어가자. 오행, 오행 이야기하는데 그럼 오행(五行)이 뭘까? 목화토금수. 세상을 다섯 가지로 나누는 것.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작위적인 것일 수 있다. 모든 세상의 사물들을 다섯 개의 틀에 억지로 끼어맞추는 듯 한. 그럼, 왜 꼭 다섯 개야 하는데? 나무이면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그 다섯 개로는 포괄 안되는 그 무엇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
- [21호]엄마의 손 (3)얼마 전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머위 장아찌를 보낸다는 말씀이셨다. 아는 친구의 텃밭에서 머위를 따다 이틀밤을 꼬박 새며 껍질을 벗기고 간장을 부어 장아찌를 담그셨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팔을 다쳐 잘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왜 또 무리를 하냐고 약간은 짜증 섞인 소리로. 내가 좀 살갑지 않은 성격이라 그런지 여는 집 엄마와 딸들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난 엄마와 그리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다. 사실 별다른 일 없으면 난 친정엄마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다...
- [21호]매이야 놀자 (4)어린이집에서 연장 운영 참가 신청서를 보내왔다. 이번에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가받으면서 서울시의 ‘연장 운행’ 지침을 따라야 하는데, 3명 이상 신청하면 밤 10시까지 아이를 봐 준다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매달 1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예전 같으면 만세를 부르며 신청했을 것이다. 매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한다는 이유로 가장 늦게(저녁 7시 30분) 찾아오고 토요일에도 오후 3시까지 홀로 있는 매이를 데려오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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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바쁨니다. 뚜렷하게 잡히는 무엇도 없이 허우적 거리게 바쁨니다. 오늘도 사당역 부근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다녀 옵니다. 오래전에 정해진 약속이라 어쩔 수 없이 부랴 다녀옵니다.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는 다행히 빗나가 날씨는 햇빛이 납니다만, 이삼 일후면 장마가 시작되겠다는 예보가 내 마음을 더욱 바쁘게 합니다. 손 봐줄 야채들 생각으로 더욱 조급해 집니다. ...
- [20호]탈모를 막아라 (4)날이 더워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불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때이다. 요 몇 년 사이 불의 기운이 왕성하게 타올랐다. 남대문 화재나 촛불시위, 용산참사도 이 불의 기운이 왕성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는 명리학자들도 있다. MB가 실제로 뱀띠이고(그러고보니 실제로 생긴 것도 뱀 닮긴 닮았다. 아니, 쥐인가?), 뱀은 불의 기운을 타고 태어난다. MB가 그렇게 청계천이니 4대강이니 물에 매달리는 것도 이 불의 기운을 잠재우기 위한 설이 있을 정도다. ...
- [20호]공포증 (3)“매이야, 목욕하자” 욕조에서 아내가 매이를 부른다. “이거 좀 더 보고요” 거실에서 만화를 보고 있는 매이가 대답한다. “매이~, 빨리 오세요~.” 한참 지난 후 아내가 다시 매이를 부른다. “이거, 두 번만 더 보고요” ‘막대기 달린 아이스크림’을 빨며 만화에 빠져든 매이가 말한다. 2회분 방송이 끝나고 내가 “자, 이제 두 번 봤으니까 목욕하자.” 라고 말한다. 매이가 목욕하는 동안이 유일하게 뉴스나 드라마 같은 내 ‘만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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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의 "Tell Me", "So Hot" 그리고 작년 소녀시대의 "Gee"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많은 여성 아이돌 그룹중에서 별종이라 불리는 그룹들이 있다. 가창력 있는 여성 듀오 다비치. 대중적 일렉트로닉 음악을 내세우는 성인돌 브라운 아이즈 걸스. 그리고 우리나라의 프로덕션형 대형 기획사 YG Entertainment와 SM Entertainment의 2NE1과 f(x)가 그들이다. ...
- [19호]칼국수 집 (1)사십년 전 단골집을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10년이 넘어서야 들렸습니다. 낙원동 뒷골목에 있는 구멍 식당으로 “해물 칼국수 집”입니다. 그 식당은 좁은 공간에 칼국수만 팔고 있는 헙수룩하여 전혀 볼품은 없지만, 옛부터 신문 잡지에도 소개되었고, 언제나 손님이 넘쳐나는 집이었습니다.
- [19호]피로야 물러가라 (6)지금까지 이 코너를 통해 본 것들은 좀 따라해보고 계신지? 생활 속에서 실천들은 하고 계신지? 몸은 좀 건강해 지셨는지? 뭐. 아닐거란거 안다.ㅋ 하지만 백날 강조하지만 귀동냥은 귀동냥일 뿐이다. 귀동냥에 그치는게 아니라 직접 자기가 몸으로 실천하고 그것이 자기의 습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귀동냥은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 스스로 내 몸에 대한 공부들을, 수련들을, 실천들을 하시라...
- [19호]기르는 일의 위험 (2)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구실 뒤안에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어디 그런 생명이 숨어 있었던 건지, 딱딱한 씨앗을 땅에 묻고 물을 주었더니 사나흘 만에 땅바닥을 가르고 싹이 움트는 게 너무 신기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눈에 띄게 자라 있는 것도 놀랍고, 어느 새 솎아낼 만큼 무성하거나 열매를 맺는 것도 내가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특했다. 자식이든 작물이든, 혹은 국민이든 ‘기르는 일’에는 공통점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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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 코너 중 하나는 ‘메이데이’입니다. ‘흠, 저 또래의 아이는 저렇군. 참고해야겠엉’. 아, 제게 아이가 있냐고요? 제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함께 생활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메이와 동갑인 린이 수유너머N에 있거든요. 린이는 오전에는 어린이 집에 갔다가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연구실로 출근(?)합니다. 저녁을 먹고 연구실 활동을 시작하지요. 린이의 퇴근시간은 강좌나 기획세미나가 있으면 7시 반, 각종 뒷풀이(파티)가 있으면 퇴근 없습니다...
- [18호]통(通)하였느냐? (2)옛날 이야기 하나 하면서 시작하자. 옛날 옛날 중국에 곤(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물을 다스리는 일을 맡고 있었다. 당시는 계속되는 홍수로 이 물을 어떻게 하면 다스릴 수 있을지가, 즉 치수(治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큰 문제였다. 곤은 피해가 막심한 홍수를 막을 방법으로 제방을 쌓고, 둑을 쌓았다. 그러나 이는 한계가 있었다. ...
- [18호]매이와 함께 만화를 (1)드디어 나도 아내처럼 매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매이와 싸웠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국가대표 평가전이 있는 날 저녁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매이의 동태부터 살폈다. 또 TV를 끼고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직 TV도 안 켠 채 엄마 젖을 문 채 막 잠이 들었다. 저 상태라면 족히 한 시간 반 정도는 잠을 잘 것이다. 조심스레 TV를 켰다. 마침 박지성이 선제골을 넣었다. 그런데, 환희는 곧 좌절로 돌아왔다. ...
- [18호]황혼의 창업 (2)삼 년 전이었습니다. 하동 매화마을의 친구가 매화나무를 보내 왔습니다. 집을 지었다는 소식에, 홍매화 세 그루에 청매화 두 그루를 보내 주었습니다. 한 그루는 욕심낸 친구에게 선물하고 네 그루는 터를 잡아 대충 심었드랫습니다.
[17호]소식 (2)5월 24일 월요일 가족접견이 잡혔습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서 마련된 행사라고 합니다. 조만간 다음에 있는 제 후원카페에 자세한 내용이 올라올 것입니다. 교도소측에서는 취사장에 우선적으로 가족접견 인원을 배정하는데, 제 윗사람들 중 가족이 올 만한 처지가 아닌 사람이 있었던지라 저까지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큰 게 사실입니다. ...-
이번학기가 대학교 졸업학기인 나는 학교에 가기보다는 주로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연구실에서 빡쎄기로 유명한 콜레기움과 DNA등의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3개의 일반 세미나와 빵집 워크샵을 하고 있었던 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3월에 끝나는 것들이었고, 5월 한 달간 교생실습이 잡혀있던 나는 4월에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을 시작할 수 없게 되었다. ...
- [17호]부정의 쾌락 (2)“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안 가느냐, 깡충깡충 안 뛰어서~” 취침 전 침대 쇼에서 매이가 이상하게 노래를 부른다. 노래 가사를 ‘안 부정문’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다. ‘안’자를 여기 저기 넣어보면서 까르르 웃는다. “곰 세 마리가 안 한 집에 있어, 안 아빠곰~ 아빠곰은 안 뚱뚱해~” “매이야, 왜 그래? 이상해!” 하니까, 매이는 “안 이상해” 하며 또 까르르. ...
- [17호]문학의 고향 (0)화창한 봄날, 연구소 가는 날을 접고 잠깐 야유회를 다녀왔다. 모처럼 나들이로 한강변은 초록빛 자연에 마음이 상쾌하다. 잘 정비된 도로, 벌써 두물머리 양평 양수리에 있는 “세미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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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진빠진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기서 진이 빠진다는 것은 몸의 주리가 열려서 땀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땀이 많이 나는게 뭐 문제될게 있냐고? 흔히 사람들은 땀흘리는 것에 대해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땀은 피의 다른 이름이라고 동의보감에도 나와있다. 피와 진액은 모두 수곡의 정미로운 기운에서 나온 것이여서 옛말에도 진혈동원(津血同原)이라고 해서 진액과 피가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
- [16호]손녀의 눈물 (0)나이가 점점 들면서 함께 느는건 손자녀들 뿐이다. 자식들이 벌써 어버이가 되어 그들의 식구들도 십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전혀 가족이 늘었다는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나보다는 자식 손자들이 훨씬 더 바쁜 것 같다. 언뜻 언뜻 생각나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
- [16호]어린이날 무지개 축제 (1)“매이야!” “매이야, 아빠 왔다!”(선생님) “아빠~” 어린이집에서 매이를 데려올 때마다 반복되는 대사다. 그런데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에는 매이의 대사에 다분히 작위적인 한 마디가 추가되었다. “아빠~ 따랑해요” 그리고,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다. 종이컵으로 만든 카네이션이었다.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하면서 목에 걸어주라고 선생님이 시켰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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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는 일주일에 3번 화, 목, 일요일이 쓰레기 버리는 날로 정해져 있다. 주로 연구실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별로 많치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쓰레기를 집밖에 내다놓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만들어진 재활용 쓰레기들이다. 과일포장용 스티로폼 통, 비닐 봉지, 두부포장용기와 같이 모아두면 부피가 꽤 되는 것들이다. ...
- [15호]아빠는 이등 부모 (3)“호미도 날이언 마라난 낫가치 들리도 업스니이다. 아바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어마님 가치 괴실이 없세라.~” 아내는 약 올리듯 사모곡을 외다가 묻는다. “여기서 '괴실'은 혹시 피동이 아닐까? 아빠보다 엄마가 더 아이를 사랑한다기 보다,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 하더니 “자기는 어쩌다 매이한테 '이등부모'가 됐어?” 하고 안 됐다는 듯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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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많은 음악을 듣다보면 아까 들었던 노래를 또 듣는거 같은 느낌, 첫 소절만 들었는데도 그 다음 소절이나 클라이막스가 절로 떠오르는 노래 등등 비슷한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 그러던 중 귀에 팍 꽂힌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가사가 아주 그냥 죽여준다. 밥도 못 먹고, 버스도 못 타고, 영화도 못 본다는 ‘그’는 그녀와 헤어졌다. 이 가사를 음미하며 제일 가슴을 울리던 가사는 ‘살아서 뭐해’와 ‘니가 돌아올까봐’다. 보컬의 아주 처절한 목소리로 이 가사를 외칠 때면 ‘그래.. 그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
- [15호]어느 편인가? (1)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법 혼잡한 여섯 번째 쯤 칸에 탔다. 어지간히 혼잡한데도 앞 칸에서 계속 승객들이 건너오고 있다. 문이 열리면 아주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지독한 악취가 찬 공기와 함께 몰려와 숨쉬기 조차 고통스럽다. 그 때마다 빨리 문을 닫으라고 여기 저기서 고함이다. 영문 모른 나는 어리둥절이다.
- [15호]말을 줄여라 (4)요즘들어 가장 나를 괴롭히는 것 한가지.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책을 읽으려해도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고, 무언가 생각할라 치면 그네들의 말소리에 이끌려 어느새 그 대화에 끼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싸우는구나.’ 지하철은 그나마 양반이다. 내가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대부분 몇 정거장 안 가서 사람들이 내리니 말이다. ...
[15호]글쓰기와 신체 (2)오랜만에 원고지를 꺼냈습니다. 펜을 들자마자 손이 인상을 찌푸립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어올라 펜을 바르게 쥘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손이 부은 까닭은 설거지 때문입니다. 다른 근육과 관절은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데 손가락 상태만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취사장 막장(나의 직함)들의 손가락은 어김없이 띵띵 부어있습니다.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14호]꿈에 대하여 (5)꿈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꿈해몽 이야기 하나둘씩은 알고 있으리라. 돼지꿈을 꾸었으니 로또를 산다거나,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크는 꿈이라거나. 태몽에 뭐가 나오면 귀인이라는 등. 그렇다면 꿈이란 미래를 예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일까? 이와 반대로 서양에서의 꿈은 무의식을 이해하는데 사용된다. 프로이트의 유명한 말인 ‘꿈은 무의식을 이해하는 왕도’가 좋은 예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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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작은 한 점의 그림 앞에 전율한다. 얼핏 보면, 우리 산하의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린, 10호 크기의 유화이다. 관심을 갖고 조금만 자세히 보면, 한적한 시골의 모습이 변형으로 왜곡되어 있고, 실경과 색체도 조작된, 예사롭지 않는 그림이다. ...
- [14호]매이의 여성성 (1)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이가 “아빠, 매이 언니지, 오빠 아니지?” 한다. 처음으로 듣는 ‘젠더’ 발언이라 놀라워서 “응? 무슨 소리야?” 했더니 “응, 매이, 송연이 언니야. 오빠 아니야” 한다. 송연이는 요즘 매이가 엄청 예뻐하는 한 살 아래 여자애다. 매이가 ‘치카치카’(칫솔질)를 안하려 하거나 일찍 안 자려고 할 때 “매이, 이제 애기 아니지, 언니지? 언니는 치카치카도 잘하고 일찍 자야지? ...
- [13호]밀가루이야기 (0)식료품을 살 때 겉봉투를 꼼꼼히 보시는 분들이라면 밀가루 표지에 적혀 있는 강력분, 박력분, 중력분, 1등급, 2등급 등의 단어가 적혀있는걸 보셨을 겁니다. 그런 단어를 보는 순간 ‘강력분은 강력한 밀가루란 말인가’, ‘2등급보다는 1등급이 좋겠지?’라는 의문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지나 갑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다른 코너로 발을 돌리는 순간, 바로 사라져버리는 질문이지요. ...
[13호]이계삼 선생님께 (11)선생님의 편지를 받고서 오랜만에 ‘고민’이란 걸 할 수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선생님께 제 사정을 상세히 말씀드리는 것은 구차한 행동인 줄 압니다만, 저는 이곳 영등포 교도소에 갇힌 후로 아무런 고민할 겨를도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열흘 전쯤 취사장에 배치된 후로 감금에다 본격적인 징역형이 추가되어서 아침 6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앉을 틈도 없이 육체노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13호]봄에 겨울을 즐긴다. (1)유난히도 변덕이 심했던 지난 겨울이었다. 눈도 자주 많이 내렸고(엊그제도 강원 어디선 눈이 내렸다) 변덕에 혹한이 늦게까지 꽃샘 추위로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날씨 변덕이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이상 기후라며 호들갑들이다. 어떻든 지겨운 추위가 싫었다.
- [13호]피가 모자라 (3)공포영화도 아닌데 이게 뭔 소리여? 피가 모자란다니? 드라큐라여 뭐여? 학창시절 서태지 노래 중에 교실이데아란 곡을 역방향으로 재생해서 들으면 ‘피가 모자라 어쩌구 저쩌구’라는 말이 들린다고 해서 한동안 악마의 메시지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나만 기억하는거 아니지? 응? 응? 아..계속 딴 소리군..하여튼 피가 모자란다. ...
- [13호]학부모 예행연습 (1)나는 어린이집을 ‘학교’라고 부르곤 한다. “매이야 학교가자.” “학교에서 재미있었어?” 장차 매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내가 학부모가 되었을 때 생길 문제에 대해 심리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경쟁에서 뒤쳐졌을 때, 선생님에게 문제아로 찍혔을 때,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때, 학교의 교육 방침과 내 생각이 다를 때, 내 생각과 아내의 생각이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예행연습을 해보자는 각오였다. ...
- [12호]착한 마녀 나쁜 마녀 (2)아기는 자고 있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들 한다. 울고 떼쓰고 귀찮게 하지 않아서 그런가 했는데, 정말 자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 방글방글 웃거나 애교부릴 때도 예쁘긴 하지만 순전히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자고 있을 때가 더 예쁜 것 같다. 꼭 아기만 그런 건 아니다. 속눈썹을 드리우고 입술을 옴작거리며 평온히 자는 사람의 얼굴은 이상하게 아름다움의 감각중추를 자극한다. ...
[12호]이계삼 선생님의 편지 (11)안녕하세요, 현민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경남 밀양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계삼이라고 합니다. 현민님을 후원하는 분들의 카페에서 주소를 알게 되어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이곳은 그래도 남쪽인지라, 아직 꽃샘추위에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입니다만 저희 집 마당에는 진달래, 산수유가 피었습니다. 남쪽 사는 특권이 이렇게 봄소식을 먼저 듣는 게 아닐까, 싶네요.-
한 때 광고회사에 취직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 종이, 활자, 색, 이미지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감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맘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광고회사는 기업의 상품을 팔기 위해, 눈을 홀리는 이미지와 현란한 수사로 사람들에게 뻥을 쳐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착한(?)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방법은 다른 데 있었다. ...
- [12호]건강은 상식이다 (1)본격 건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누구나 없이 관심이 많은 건강이다. 역사 이래 건강이 중요치 않는 때가 있었겠는가마는, 요즘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태도는 그 어느 때 보다 유별난 것 같다. 현대인의 건강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자연과 환경의 오염과 파괴는 날로 심각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 우주적 재앙이 염려되고 있다.
- [12호]몸과 마음은 하나다 (3)‘동양의학은 서양과학을 뒤엎을 것인가?’ 하야시 하지메의 책 제목이다. 이미 끝난 게임인데 왜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한의원은 병 고치러 가는 곳이 아니라, 그냥 보약 지어 먹으려고 가는 곳으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동양의학이 서양과학을 뒤엎는다고? 한의원도 이제 최신식 설비들로 치료과정을 눈으로 보여주어야 환자들이 아~ 그래도 이 병원은 좀 과학적이라 믿음이 가는군 생각하는 마당에 ...
- [11호] 봄나는법 (2)봄이다. 아직 봄인지 모르겠다고? 하긴. 올해는 유달리 눈도 많이 오고, 봄이 봄 같지가 않다. 세월이 하수상하다 보니 하늘도 정신이 없나보다. ㅡㅡ; 그래도 슬슬 봄기운이 살랑살랑 느껴지지 않는가? 이제 조금 있으면 개나리도 피고, 벚꽃도 피고... 봄이다 보니 다들 피곤해 한다. 밥만 먹으면 약먹은 닭마냥 꼬박꼬박 조는 분들도 계실거다. 이른바 춘곤증, 봄 춘(春)자에 괴로울 곤(困). 이 때 곤자는 괴롭다는 뜻 외에 '부족하다', '통하지 아니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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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의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프로그램들, 드디어 노령층에게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강좌가 개설되었다. 이름하여 6080세대를 위한 고전학교. 지난 18일로 제4기를 성황리에 끝내고 제5기가 4월 8일부터 시작된다. 제4기에서는 조선 후기의 실학파들,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청장관 이덕무. 이옥. 초정 박제가의 소품문을 채운선생의 열강으로 공부, 드디어 종강 리포트를 제출하고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 감상으로 즐거운 강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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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방을 시작하며 이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공방친구가 말했다 “달팽이 공방은 어때요?” “왜, 달팽이야?” 라는 나의 물음에 친구의 대답은 “작고 귀엽잖아요. 그리고 우리의 취지와도 딱 맞아 떨어지고. 세상의 흐름에 상관없이 천천히 가는......” 실제 대화가 이랬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그 후 특별히 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달팽이 공방으로 부르게 되었다. ...
[11호]여호와의 증인 (3)3월 15일 월요일, 비가 내렸습니다. 선배(?) 수감자들의 옥중서한에는 날씨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저는 감옥에 가면 사람들이 감상적으로 변하는가 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햇빛도 들지 않고 날씨를 조망하기도 힘든 독방에 찾아온 빗소리는 그 이유를 알게 했습니다. 빗소리는 이곳과 다른 질서로 이루어진 세계가 지척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줬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저는 3하18방에서 페트병을 끌어안고서 ...- [11호] 호모 루덴스 2 (1)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아이는 놀이 속에서 자신의 환상을 극화함으로써 무의식적 갈등을 상징화하고 극복한다. 가령 ‘피터’라는 아이가 장난감 마차와 자동차를 부딪치거나 쓰러뜨리며 놀 때 클라인은 그것이 사람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그네 두 개를 마주보고 흔들리게 해 놓고는 사람이 앉는 부분을 가리키면서 “이게 어떻게 서로 부딪치는지 봐요” 라고 할 때 클라인은 그네가 성기를 부딪치는 아빠와 엄마라고 해석했다. ...
- [10호] 오래된 음악듣기 (2)2010년은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쇼팽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쇼팽 컬렉션 CD가 발매되고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그리고 KBS클래식FM(93.1㎒)에서는 탄생일인 2월 22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기존 편성을 대신해 약 20시간 동안 쇼팽의 전곡을 방송하는 특집 '아이 러브 쇼팽(I love Chopin!)'을 마련했다. ...
- [10호] 호흡하는 법 (6)이번에는 호흡하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동의보감 신형(身形), 정(精) 다음편이 무슨 편인지 아시는가? 그렇다. 기(氣)다. 기란 무엇인가? 음.. 뭐랄까.. 기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무언가다. 그게 말이여, 당나귀여? (추노 방화백 목소리로 해야 하는데. 전달이 될라나..ㅡㅡ;) 하여튼, 기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다. 기를 서양어로 번역할 때, 흔히 에너지(energy), 공기(air), 숨결(breath), 에테르(ether), 물질적 힘(material force), 살아있는 힘(vital force) 등등으로 번역들을 한다. ...
[10호]소식 (2)지난 금요일 오후 5시 30분 경, 검찰에 자진출두 하였습니다. (혹시 모르고 계실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그 전 주 재판에서 판사는 저를 법정구속 시키지 않았고, 덕분에 일주일의 휴가를 얻었습니다) 그 이후로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병역 거부자로서 제가 겪는 일들을 최대한 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찾아온 새로운 감정은 이런 일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 [10호] 호모 루덴스 (2)매이 낳고 얼마 안 있어 아내가 해 준 얘기가 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내의 조카가 지금의 매이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일이란다. 만두를 먹다가 속이 너무 매워 뱉어 버렸는데, 옆에 있던 어른들이 “다음부터, 얘, 앙꼬는 빼고 줘라”고 했다. 그 이후 그 조카는 모든 음식의 ‘앙꼬’는 먹지 않겠다고 했다. 호빵의 앙꼬는 물론, 김밥의 앙꼬도, 호두과자의 앙꼬도 달걀의 앙꼬도, 참외의 앙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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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불편으로 며칠을 꼼짝없이 엎치락거리며 지냈다. 의사는 크게 우려할 중병이 아니라지만, 견디기엔 고통이 너무 크다.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먹고, 만나도 보고, 걷기도 하고, 여러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 [9호] 매이의 선물 (2)요즘, 매이는 자기 몸의 생산물을 과시하는 데 열심이다. 콧물이 나오면 꼭 나를 불러 “콧물!” 하며 입으로 들어가기 일보직전의 콧물을 가리킨다. 이건 약과다. 시시종종 콧구멍을 후벼 파 딱딱한 코딱지나 말랑말랑한 코덩어리를 꺼내 들이민다. 그러면서 “엄마, 이거 봐. 엄마를 위해 준비했어.” 한다. 받기만 하라는 게 아니라, 먹으란다. 얼굴을 찌푸리며 사양해도 극구 권한다. 안 먹겠다고 하면, “매이가 먹는다” 라면서. ...
- [9호] 오래사는법 (4)이번에는 수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생명연장의 꿈은 비단 메치니코프만의 꿈만은 아닐 것이다.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겠다고 혈안이 되어있는 진시황들이 주변에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죽으면 혼백(魂魄)이 남는다고 할 때 양(陽)인 혼(魂)은 하늘로, 음(陰)인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 즉,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날아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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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지나고 우수도 넘겼으니 멀지 않아 봄이 오겠다. 유난스러운 혹한에 봄 소식이 더욱 간절하다. 귀성객들의 나들이로 전국의 고속도로는 전쟁터 같다. 이같은 교통 상황을 매스컴은 계속 생중계이다. 별난 혹한에 폭설도 잦은 올 겨울의 기후 탓인가.
- [9호] 빵, 사먹지 마세요! (4)빵을 굽는 것은 전혀 우아하지도 않고, 설거지도 엄청 나오는 노가다에 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자신이 넣고 싶은 재료들을 넣어 직접 구워 먹는다는 일은 아주 멋진 일이지요. 구운 빵을 나누어 먹을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아무래도 나에게 홈베이킹은 무리다, 싶으신 분들에게는 세 빵집 말고 다른 빵집들에 가 보실 것을 권합니다. ...
[9호]법원 1 (0)경찰조사를 받고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경찰 다음 단계인 검찰에서 소환장이 와야 했습니다. 저보다 앞선 병역거부자 둘은 석달만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연말연시라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일정이 미뤄진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제게 병역거부 선언이 갖는 의미는 감옥에 갈 결심을 했다는 것과 동의어였습니다. ...- [8호] 정력강화법 (7)현대인들의 환상중의 하나. 무언가 몸에 좋은 것, 희귀한 것, 비싼 것을 먹어야 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환상. 그래서 개구리며, 지렁이며 몸에 좋다는건 어떻게든 챙겨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정은 어떻게 채울것이냐 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있는 정을 보호할 것인가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랄까? ...
[8호]경찰서 (2)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입영일인 11월 10일 병무청에 전화해서 입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증빙자료를 팩스로 보냈습니다. 한 달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에 대한 반응으로 병무청에서는 저를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소환장이 날아왔습니다. 우편함에서 소환장을 발견하자마자 위층에 사는 주인이 봤으면 어떡하지 싶었습니다. ...-
화장품을 살 때에 제품에 ‘피부과 테스트 완료’라는 말이 붙으면 조금 비싸더라도 그것을 택한다. 왠지 부작용이 덜 할 것 같고 더 신경을 많이 쓴 듯해서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료’이전에 그 화장품의 개발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어떤 테스트를 어떻게, 누가, 누구에게 한 것일까? 화장품에는 독성 화학물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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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이 흥미로운 건 신체에 대한 새로운 감각은 준다는 점이다. 정신분석은 사지와 오장육부가 기능적으로 통합된 유기체와는 전혀 다른 신체를 제시한다. 프로이트는 입, 항문, 성기, 눈, 귀, 피부점막 등 신체의 부분 기관들이 (성적)감각과 (성적)용법에 따라 타인의 신체 기관이나 사물들과 결합되고 분해되는 기계적 신체 이미지를 보여준다. ...
- [8호] 봄맞이 봄나물 맞이 (3)늦가을인데 벌써 냉이가 무리져 쑥쑥 잘 자랐습니다. 두어 달이나 빠른 하늘의 봄, 천기를 받고 자란 냉이입니다. 성급한 놈은 벌써 꽃대를 세우고, 햇빛이 든 곳에선 붉은 색 음지에선 진초록으로 잘 자랐습니다.
- [7호] 열차 길 상경기 (3)나는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며 서울을 다닌다. 칠십 킬로가 채 안된 거리인데도 두어 시간이 더 걸린다. 이처럼 먼 길을 오가는 나의 서울 나들이에 대한 남들의 동정어린 말도 듣고 측은지심의 눈총을 맛보기도 한다. 아무렇치도 않는데 말이다. 나에게는 결코 아니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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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은 잠은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잠을 오래 잔 날이면 ‘아 이 쓰레기 같은 인간, 오늘 또 잠을 많이 자버렸군’ 죄책감에 시달린다. 1분 1초까지도 쪼개서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 시간에, 고작 잠이나 자면서 허송세월하다니. 그 시간에 자기개발을 해도 살아남기 모자를 판에. 내가 고등학교 수험시절때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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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공방에서는 일 년에 네 번 워크샵을 엽니다. 우리밀로 빵과 과자를 만드는 제비꽃 빵집 워크샵과 천연 비누와 화장품, 그리고 대안 생리대를 만드는 작은 달팽이 공방(작달공)워크샵이 있습니다. 워크샵에서는 단지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된 책들을 함께 읽고 짧은 글을 쓰며 우리의 삶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눔으로써 ...
- [7호] 내 사랑, 젖꼭지 (5)“매이꺼야” “아냐, 엄마꺼야” “아냐, 젖꼭지 매이꺼야”, “이게 어째서 매이꺼야?” 오늘도 목욕 중인 매이와 아내 사이에 젖꼭지 분쟁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음심 가득한 눈으로 엄마의 젖가슴을 찝쩍거리면서 시작됐다. 아내가 무시하자, 콧소리를 섞어서 “엄마 한 번만” 한다. 아내가 피곤한가 보다. “안 돼! 아까도 많이 먹었잖아” 호락호락 젖을 주지 않자 매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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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동안 워밍업들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에 들어가자. 공부라면 일단 치를 떠는 이들 있을게다. 하지만 걱정들 마시라.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이거 진리다. 공부만큼 쉬운게 어디있나? 재수없다고?ㅋ. 물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공부가 영어단어 더 외우고, 수학 공식 하나 더 외우는 그런 공부는 아니다. ...
[6호]임시 휴재의 변 (4)원고를 두 개밖에 쓰지 않고서 휴재를 알리자니 민망합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아마도 여러분께서 이 글을 읽을 무렵이면, 저는 영등포구치소에 있을 것 같습니다. 원고를 미리 잔뜩 써둬서 휴재 없이 이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제 능력에서 벗어나는 일이었고, 형편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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