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삼추如三秋’라는 말. 네가 없으니 하루가 삼 년 같아. 헤어져 있는 잠시 동안이 아주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여삼추’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시경 왕풍 「채갈采葛」이라는 시에서 나왔다. 칡 캐러 가세 하루를 못 보면 석 달을 못 본 듯··· 쑥 캐러 가세 하루를 못 보면 삼 년을 못 본 듯··· 단어가 몇 개 쓰이지도 않은, 그나마 반복되는 구절이 많은, 단순한 이 시가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까닭은 뭘까?
당신은 효자입니까? 세상에 효자가 어딨냐? 부모 입에서 효자가 나는 거지. 요즘은 참 효자가 없는 것 같다. 효자는커녕 부모 자식 간에는 원수 안 지면 다행이라고도 한다. 시경 패풍에 나오는 「개풍凱風」이라는 시는 효도에 관한 시이다. 거참 효도라니! 관계가 부재한 현대인들에게 효도라는 말은 참으로 뜬금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말 효도는 시대착오적인 고리타분한 도덕에 불과한 것일까?
시경 위풍에 나오는「기욱淇奧」은 유가의 이상적 인간형-군자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든 시이다. 군자는 바위에서 보석을 만들듯이 끊임없이 학문과 인격을 수양하는 사람. 절차탁마하는 사람이다. 이 시에서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나왔다. 절차탁마? 각진 턱을 깎아서 갸름하게 만들고[切], 뭉툭한 코를 오똑하게 세우고[磋], 쌍꺼풀을 만들고[琢], 얼굴의 주름을 펴서 피부를 매끈하게 만든다[磨]?
‘전전반측輾轉反側’이라는 말이 시경 「관저關雎」에서 나왔다. 아니 도대체 왜! 밤에 잠이 안 온다는 것일까. 하루종일 고달프게 일한 사람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낮에 빈둥거리고 놀기만 하니 밤에 잠이 안 오는 거 아냐? 아니면,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워서? 하지만 이 시에서 전전반측하는 건 백수의 직업병도 아니고 열대야 때문도 아니다. 그리움 때문이다. 어디에 있을까 나의 반쪽은? 군자는 요조숙녀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짝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찾아도 만나지 못하니 밤새 잠 못 들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이 시에서 전전반측은 이렇게 짝을 만나지 못한 싱글의 고독한 몸부림이다.
시경을 통해 우리는 역사 기록으로는 모두 전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과 그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웃음과 작은 설레임들을 만난다. 문서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문서의 바깥’을 만난다. 동산에 가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했네. 나 동산에서 돌아올 때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 시경 빈풍에 나오는 「동산東山」이라는 시는 주공의 정복전쟁 때 동쪽의 전쟁터에서 서쪽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느 병사의 노래이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하늘에서도. 서쪽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어린 시절 우리가 자주 부르던 노래. 이라는 동요와 비슷한 구절로 시작되는 시경의 노래가 있다. 시경詩經 소남召南 편에 나오는 「소성小星」이라는 시가 바로 그것!
모과는 좀 특이한 과일이다. 보통 과일 열매들은 예쁘다. 먹었을 때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다. 그런데 모과는 울퉁불퉁 못생겼다. 떫고 신 맛이 난다. 그리고 과육이 단단해서 모르고 덜컥 씹었다가는 턱을 약간 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떤 친구는 자동차에 방향제로 놓아둔 모과를 ‘아 맛있겠다’ 하고 먹었다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안쪽은 맛있겠지··· 하면서 한 입 더 베어먹었다가··· 왜 이런 걸 차에 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모과도 모르나? 그리고 한 번 씹어 보고 아니면 말지 끝까지 하는 기질이라니!
『시경詩經』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그러니까 중국의 주周나라 때부터 춘추시대 때까지 황하강 유역의 사람들 사이에 구전되던 노래를 공자가 모아서 엮은 책이다. 원래 311편인데 이 중에 6편은 제목만 전하고 내용은 전하지 않는다. 이렇게 시경의 시가 300편 가량 되기 때문에 시경을 ‘시詩’ 혹은 ‘시삼백詩三百’이라고도 부른다. 시경은 쉽게 말해서 노래 책이다. 여기에는 여자들이 불렀던 노래도 있고, 남자들이 불렀던 노래도 있고, 농부가 불렀던 노래도 있고,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불렀던 노래도 있다. 각양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불렀던 오래된 노래의 책, 그것이 바로 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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