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마구잡이 사회에서의 생사여탈권

- 기픈옹달(수유너머 R)

마구잡이 사회에서의 생사여탈권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1주기였죠. 비가 오는 중에도 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추모 공연을 다녀왔더군요. 엊그제 위클리 수유너머에 <밍글라바 코리아>를 연재 중인 소모뚜씨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요. 소모뚜씨도 거기 있었나 봅니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보고 있던 그는, 사실 무대에 있어야 했던 사람입니다. 주최측에서 소모뚜씨네 밴드, ‘스탑크랙다운’에 공연요청을 한 모양입니다.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거절했다고 하네요. 대신 늦은 시간까지 비를 맞으며 추모공연을 지켜봤답니다.

왜냐고 물었습니다. 본인도 원했고, 초대도 받았고, 그 자리를 그렇게 지킬 정도였으면 그냥 공연을 하지 그랬냐고. “우리야 그러고 싶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요즘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는데, 지금 거기서 공연하면 이주노동자들 무더기 단속추방의 빌미가 될 수도 있어요.” 자신들 몇몇이 하고 싶다고 해버리면 지금 한국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다수의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그 사람들 생각하면 도저히 공연할 수 없었노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너무 움츠려든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모뚜씨 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작년 밴드의 보컬이었던 미누씨, 18년을 한국에서 살아온 그도 아주 간단히 추방되었지요. 현 정부 출범에 맞추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인터넷 방송사까지 설립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각종 시위와 집회를 주도한다”는 보도 자료를 내고 강력한 단속추방의 의지를 표명한 적이 있습니다.

노조 결성도 인터넷 방송도 불법은 아니죠. 소위 ‘불법체류자’라도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으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정부 비판’입니다. 당연히 누구나 정부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히’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주노동자 주제에 감히 정부를 비판해?’ 정책담당자의 비위에 거슬리면, 이 사람들의 삶은 그것이 10년치든 20년치든 상관없습니다. 그야말로 한 방에 날아가죠.

누군가는 쉽게 부르는 노래, 가볍게 쓰는 칼럼 하나도 자기 삶을 다 걸어야 하는, 아니 다른 이들의 삶까지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모뚜씨 역시 법률이 아닌, ‘법무부 지침’으로 ‘인도적 지위’라는 아주 불안정한 지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법무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추방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는 ‘버마행동’이라는 버마 민주화를 위한 운동 단체의 활동가이기에, 버마로의 추방은 말 그대로 생명을 위협하는 일일 겁니다(이번호 뚜라씨의 글을 보세요).

이처럼 아무 권리도 없이 무방비로 권력 앞에 발가벗겨진 사람들이 15만에서 20만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무 권리가 없으니 말 그대로 이들에 대한 ‘마구잡이’가 가능하지요.(이번호 죠스씨의 글을 보세요. 어느 몽골유학생이 마구잡이 한국 사회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푸코가 그랬던가요. 고전주의의 생사여탈권에 대해서 ‘살게 내버려두고 죽게 한다고.’ 권력이 관심을 갖지 않고 내버려두면 그나마 살아갈 수 있지만, 권력이 주목하면 그에게는 죽음이 내려진다고. 눈에 띄고 비위에 거슬리면 삶을 박탈당하는,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된 건가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소위 시민권자에게도 꽤나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술자리 안주감이었던 것이 이제는 생계까지 걸어야 할 일이 된 모양입니다. 전교조 교사들 134명이 민주노동당에 후원회비를 냈다고 파면 해임되었더군요. 말 그대로 생계를 날려버렸습니다. 아직 정식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바로 해임되었답니다. 공무원의 정치참여 금지를 어겼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에 후원금을 낸 친정부적 교사단체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았고, 게다가 비리 혐의로 고발된 교사나 교육계 인사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들에 대해서는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걸 보면, 말 그대로 ‘마구잡이’ 공격인 셈이지요.

다음 위클리 수유너머가 발간될 때면 선거날이 되겠군요. 이번 투표에 꼭 참여하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정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선거를 위해서 하는 거냐고 화부터 내고 보는 사람입니다. 다만 우리가 마구잡이 공격을 받고 있으니 닥치는대로 뭐든 해봐야죠. 여러분 투표합시다. 그렇다고 투표장에 어떤 향수나 환상을 들고 가지는 마세요. 필요한 건 신분증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참 이번 주 씨네콤 아직 안 보신 분, 당장 거기부터 방문하세요. 위클리 수유너머 사상 첫 댓글 이벤트가 열립니다. 댓글(당근 선플이겠죠? ^^) 선착순 10명에게 독립영화작가들의 모임 ‘인디포럼’에서 초대권을 2매씩 쏩니다. 서두르세요!

- 고추장(수유너머R)

응답 3개

  1. 흠..말하길

    단지 현정부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고장 일꾼’은 사실 어느 당이 뽑히든 하겠다는 일은 거의 엇비슷하니까요…

  2. 장애인말하길

    마구잡이 사회가 맞습니다. 그리고 무서운 사회입니다.
    선거에는 별 기대가 없지요
    그러나 선거를 꼭 하렵니다.

  3. pacde말하길

    맞습니다!!

    선거가 무슨 지상주의입니까?
    쟤네들이 만들어준 노리뜰인것밖에요!
    그래도 참여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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